부시 “조기철군은 적들에게 이라크 넘겨주는 꼴”

18일 부시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라크의 역사적인 총선에 관해 미 전국에 TV생중계연설을 하고있다. (AP=연합뉴스)

이라크전 개전이후 첫 백악관 집무실 대국민연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8일 이라크전 개전 이래 처음으로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이라크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라크에서의 조기 철군 불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실시한 연설에서 "이라크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성급하게 미군을 철수할 경우 전세계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세상을 과거보다 훨씬 더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할 경우 그간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공언해온 적들에게 이라크를 넘겨주게 될 것"이라며 "전세계 테러리스트 운동은 용기백배해 과거보다 훨씬 위험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우리의 임무가 끝나기 전에 이라크에서 미군을 조기 철수할 경우 미국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라는 불신을 전세계로부터 받을 것이고, 우리의 이라크 친구들을 포기하게 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라크에서의 승리는 내년에도 더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이기고 있다"며 이라크전을 둘러싸고 의견이 나뉜 미국인들에 대해 패배주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패배주의는 정략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에 의해 정당화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라크전에서 이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 이라크 보안군에 대한 훈련 및 부패와의 전쟁에서 진전이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성과가 이뤄지면 더 적은 미군으로도 임무수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기적인 주둔군 감축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런 `조기 철군 불가론'은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이날 이라크를 전격 방문, "조기 철군은 우리의 선택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한 직후 나온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또 "대량살상 무기생산 프로그램을 재가동할 설비를 찾아냈지만 대량살상무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이라크 침략 이후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은 "이번 이라크 총선이 폭력행위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중동의 심장부에 민주 헌정 국가가 탄생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리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지금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보고, 대 이라크 전쟁은 실패했고 더이상 이라크에 미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면서 "하지만 나는 물론이고 이라크 현지 미군 사령관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부시 대통령은 "여러분에게 내가 하는 모든 것을 지지해 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오늘밤 나는 여러분에 요구할 것이 있다. 절망에 빠지면 안된다. 자유를 위한 전쟁을 포기하면 안된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조복래 특파원 [e-mail]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