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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공개된 인도학자의 논문조작 |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이 불과 6개월여만에 밝혀진 것과는 달리 무려 13년에 걸친 조사 끝에 조작 사실이 공개된 논문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은 지난 7월호에서 1992년에 게재한 심장발작에 관한 인도 람 싱 박사의 연구논문 타당성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으며 1994년에 게재된 논문 역시 조작 또는 오류의 가능성이 있다고 공개했다.
싱 박사는 1992년 논문에서 섬유질과 과일,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 심장발작으로 인한 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후 그의 논문은 연구과정에 대한 문제제기와 BMJ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무려 200여 차례나 과학기사와 의료 가이드라인 등에 인용됐다.
당시 BMJ는 논문이 게재된 뒤 1년여 뒤에 논문의 신뢰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그동안 조사를 벌여왔었다면서 저자가 인도학자라는 점으로 인한 문화적, 언어적 차이로 인해 조사기간이 길어졌다고 밝혔다.
BMJ는 싱 박사에게 연구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열악한 연구환경으로 인해 자료가 흰개미에 의해 훼손됐다는 등의 이유을 내세운 싱 박사의 비협조로 자료확보가 늦어졌으며 수기된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분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BMJ의 발표 이후 싱 박사의 다른 논문을 게재했던 랜싯, 미 심장병학회지 등 주요 의학잡지들도 싱 박사 논문을 철회하거나 조작 가능성을 공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싱 박사는 전력부족으로 컴퓨터조차 사용할 수 없는 열악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연구가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일부 오류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자신은 몰이해의 희생자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저널은 BMJ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싱 박사의 대외활동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그의 곁에는 아직도 많은 지지자들이 남아있다면서 싱 박사 역시 자신에 대한 비난을 그저 "개가 짖는" 정도로밖에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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