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9 18:38
수정 : 2005.12.29 18:38
금융가 “경기악화 예고” 긴장속 “장기 리스크 감소” 낙관도
지난 며칠 동안 미국 금융시장에는 유달리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 재무부 채권의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27일에는 2년 만기 채권의 수익률(4.343%)이 10년 만기 채권(4.337%)을 앞질렀고, 28일에도 한때 이런 일이 빚어졌다. 초단기금리인 연방기금금리(4.25%)와 10년 채권의 금리차도 크게 좁혀진 상태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연초에 ‘수수께끼’라며 난감해 했던 바로 그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어찌보면 미세하기 짝이 없는 이런 수치 변동에 금융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5년 만에 처음 발생한데다 특히, 경기가 나빠질 것임을 예고해주는 지표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은 장기가 단기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다. 장기 채권은 단기 채권에 비해 보유기간이 길어서 위험 소지가 크기 때문에 좀더 높은 수익률로 위험요소를 메워줄 수밖에 없다. 이런 채권의 기본상식이 이번에 다시 깨졌으니 금융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금융시장의 과거를 살펴보면 불길한 조짐으로 볼 여지가 크다. 지난 40년 동안 있었던 8차례 장-단기 금리 역전 사례 가운데 6차례는 경기후퇴나 침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런 비관적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경제여건이 많이 달라져 경기변동의 신호가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외국 투자자들이 미 장기 채권을 선호하고 연준의 인플레이션 통제 능력이 뛰어나다는 게 입증되면서 그 결과로 장기 채권에 대한 위험요소가 줄어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 펀더멘털과는 큰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낙관론자들도 경계심을 풀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재정적자와 경상적자 확대, 주택시장 과열 등 상당한 불안요인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 선임기자, 외신종합
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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