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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가 4일 마이애미 연방지방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그는 이날 세금포탈 등 죄목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마이애미/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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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양원 장악후 비용 급증…로비스트 3만 5천명
정치부패 온상…의회 불신 극에 달해 대수술 불가피
한해에 미국 의회에 퍼부어지는 로비 비용이 21억달러, 의원 1명 당 370만달러 꼴이다.
거물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 사건을 계기로 미국 로비제도의 근본적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로비 비용의 기하급수적 증가가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업계와 이익단체들은 엄청난 돈을 뿌리더라도, 법안 한 개만 유리하게 통과시키면 그 몇배의 이득을 볼 수 있기에 의회 로비에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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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불신이 극에 달한 점도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달 <에이피(AP)통신> 여론조사에선 9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워싱턴 정치가 너무 부패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71%가 “윤리문제에서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똑같다”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런 시점에 마침 아브라모프 사건이 터진 것이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이 이미 제출한 개혁법안이 로비제도 개선 논의의 지침이 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내다봤다. 이 법안은 로비자금 사용의 세세한 부분까지 투명하게 공개할 것과, 의회 인사들의 로비회사 취직을 일정기간 금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돈 삼킨 정치인들, 돈이 삼킬라
‘부시 재선캠프’ 등 선거자금 줄줄이 토해 잭 아브라모프의 로비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질 기미를 보이면서, 유력 정치인들이 그로부터 받은 선거자금을 줄줄이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 재선운동본부는 4일 아브라모프 쪽으로부터 받은 6천달러를 전미심장협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브라모프는 2004년 대선 때 부시의 자금모집책인 ‘파이오니어’로 활동하면서 10만달러 이상을 부시 캠프에 모금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캠프는 그러나 이중 아브라모프 부부와, 현재 문제가 되는 인디언 부족이 직접 낸 6천달러만 포기하기로 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아브라모프가 몇번 백악관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부시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그를 알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톰 딜레이 전 공화당 원내대표와 로이 블런트 현 공화당 원내대표도 5만7000달러와 8500달러를 각각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3일엔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이 6만9천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12월에도 상·하원 의원 6명이 기부금을 반환했다. <뉴욕타임스> 집계를 보면, 1999년 이후 아브라모프로부터 2만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기부받은 의원은 공화당 19명, 민주당 6명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합법적으로 기부를 받았다”고 밝히지만, 아브라모프와 거리를 두기 위해 앞다퉈 돈을 토해내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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