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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5 19:08 수정 : 2006.01.05 19:39

거물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가 4일 마이애미 연방지방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그는 이날 세금포탈 등 죄목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마이애미/AP 연합

공화당 양원 장악후 비용 급증…로비스트 3만 5천명
정치부패 온상…의회 불신 극에 달해 대수술 불가피

한해에 미국 의회에 퍼부어지는 로비 비용이 21억달러, 의원 1명 당 370만달러 꼴이다.

거물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 사건을 계기로 미국 로비제도의 근본적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로비 비용의 기하급수적 증가가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업계와 이익단체들은 엄청난 돈을 뿌리더라도, 법안 한 개만 유리하게 통과시키면 그 몇배의 이득을 볼 수 있기에 의회 로비에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고삐 풀린 로비=의회 로비에 쓰인 비용은 1998년 14억달러에서 2004년엔 21억달러로 급증했다. 등록된 로비스트 숫자도 5년 사이 거의 2배가 늘어 3만5천여명에 이른다.

특히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 양원을 동시에 장악하면서, 로비스트의 활동 범위와 숫자가 크게 늘었다. 톰 딜레이 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아브라모프와 손잡고, 로비회사들에 공화당 출신 인사들을 집어넣는 ‘케이 스트리트(K Street)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케이 스트리트’란 로비회사들이 몰려 있는 워싱턴 중심가의 도로 이름이다.

선거자금 기부는 가장 고전적인 로비 수법이다. 최근 들어선 골프여행이나 스포츠경기 초대, 식사 대접 등을 통해 윤리규정을 빠져나간다. 가령 의회나 행정부 관리들이 업무에 필요한 경우, 주최 쪽 제공으로 세미나 참석 여행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걸 이용해 명목은 자료수집이지만 실제로는 골프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문제가 된 잭 아브라모프도 톰 딜레이 의원 일행과 영국 스코틀랜드로 7만달러짜리 골프여행을 갔다왔다.

로비회사들은 프로축구나 프로농구 경기장의 로얄박스를 수십만~수백만달러를 주고 장기 임대한다. 그리고 중요한 경기가 있으면 의원과 보좌관 가족들을 로얄박스로 초대해 식사 등을 대접한다.

로비제도 대수술 불가피할 듯=잭 아브라모프 사건이 터진 직후 <워싱턴포스트>는 “앞으로 의원들이 로비스트와의 합법적인 접촉도 꺼릴 것”이라며 “로비 옹호론자들까지도 로비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회 불신이 극에 달한 점도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달 <에이피(AP)통신> 여론조사에선 9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워싱턴 정치가 너무 부패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71%가 “윤리문제에서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똑같다”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런 시점에 마침 아브라모프 사건이 터진 것이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이 이미 제출한 개혁법안이 로비제도 개선 논의의 지침이 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내다봤다. 이 법안은 로비자금 사용의 세세한 부분까지 투명하게 공개할 것과, 의회 인사들의 로비회사 취직을 일정기간 금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돈 삼킨 정치인들, 돈이 삼킬라
‘부시 재선캠프’ 등 선거자금 줄줄이 토해

잭 아브라모프의 로비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질 기미를 보이면서, 유력 정치인들이 그로부터 받은 선거자금을 줄줄이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 재선운동본부는 4일 아브라모프 쪽으로부터 받은 6천달러를 전미심장협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브라모프는 2004년 대선 때 부시의 자금모집책인 ‘파이오니어’로 활동하면서 10만달러 이상을 부시 캠프에 모금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캠프는 그러나 이중 아브라모프 부부와, 현재 문제가 되는 인디언 부족이 직접 낸 6천달러만 포기하기로 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아브라모프가 몇번 백악관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부시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그를 알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톰 딜레이 전 공화당 원내대표와 로이 블런트 현 공화당 원내대표도 5만7000달러와 8500달러를 각각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3일엔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이 6만9천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12월에도 상·하원 의원 6명이 기부금을 반환했다.

<뉴욕타임스> 집계를 보면, 1999년 이후 아브라모프로부터 2만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기부받은 의원은 공화당 19명, 민주당 6명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합법적으로 기부를 받았다”고 밝히지만, 아브라모프와 거리를 두기 위해 앞다퉈 돈을 토해내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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