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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부, ‘연구조작’ 어떻게 처리하나 |
논문날조ㆍ조작ㆍ표절 정의와 진상조사 절차 명시
혐의자 반론권 보장 등 당사자 권익보호도 강조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에 대한 서울대측 조사가 끝남에 따라 이 같은 과학적 사기에 대한 처리 규정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은 지난 2000년 12월부터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하는 대학과 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연구 과오에 대한 정책 지침'(U.S. Federal Policy on Research Misconduct)을 시행하고 있다.
논문의 데이터 날조 등 각종 연구 과오의 정의와 이러한 행위 적발시 대응 절차 등을 명시하고 있는 이 정책 지침의 주요 내용을 항목별로 소개해 본다.
◇ "날조ㆍ조작ㆍ표절" = 정책 지침은 연구 과오를 크게 날조, 조작, 표절로 나눴다.
날조(Fabrication)는 데이터나 연구 결과를 허위로 만들어 이를 기록으로 남기거나 논문 등으로 발표하는 행위를 뜻한다. 가공의 줄기세포를 실재하는 것처럼 속여 논문을 낸 황우석 교수팀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조작(Falsification)은 연구 자료, 장비, 절차를 조작하거나 데이터 및 실험 결과를 고의로 바꾸거나 누락해 연구 내용을 부정확하게 기록하는 행위를 말한다.
표절(Plagiarism)은 타인의 아이디어나 연구과정, 연구결과, 또는 그 사람의 글 중 일부를 출처를 적절히 밝히지 않고 자기 것인 양 끌어쓰는 행위다. 이 역시 날조와 조작 못지 않은 중대한 연구 과오에 해당한다.
◇ "조사는 해당 기관이" = 이 같은 연구 과오가 적발되면 진상 조사와 대응 작업은 우선적으로 해당 연구기관이 해야 한다. 황 교수팀의 논문 날조 논란을 황 교수의 소속기관인 서울대 당국이 직접 조사한 것과 같은 이치다.
한편 연구비를 댄 정부측은 연구과오에 대한 책임은 해당 기관과 똑같이 지며 필요한 경우 해당 기관과 별도로 독자적인 조사 활동을 벌일 수 있다.
해당 연구기관은 연구과오에 대해 ▲과오 혐의의 근거를 따지는 탐문(Inquiry) ▲실제 과오 내용을 확인하는 조사(Investigation) ▲결과에 따라 교정 조치를 결정하는 판결(Adjudication)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편 과오 혐의를 받는 연구자는 이 같은 조사 결과와 판결 조치에 대해 항소를 할 수 있다고 정책 지침은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황 교수팀이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10일 최종 발표 내용에 불복해 이의 제기를 하는 식의 권리도 인정한다는 것이다.
◇ "제보자, 혐의자 모두 보호해야" = 정책 지침은 해당 기관이 연구과오의 조사 과정에서 관련 정보를 제보한 정보원(Informant)과 실제 과오 혐의를 받고 있는 연구자 모두를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연구 과오를 기관 당국에 알린 `내부 고발자'의 신원을 보호하는 동시에 정식으로 과오가 확인될 때까지는 혐의를 받고 있는 연구자의 인권도 함께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원을 위한 조치로 정책 지침은 ▲정보 제공에 따른 보복에 대한 보호 ▲정보원의 기관 내 보직과 명예에 대한 보호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 절차의 보장 등을 예로 들고 있다.
한편 과오 혐의자를 위한 조치로는 ▲조사 중 각종 불이익 조치 금지 ▲과오 혐의 내용에 대한 신속한 서면 통지 ▲혐의에 대한 반론 기회 보장 등이 있다.
정책 지침은 또 기관 당국이 탐문, 조사 등의 기간에 정보원과 과오 혐의자의 신원 정보를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부 유출을 금하는 `비밀보장'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 "과오 인정시 행정 징계 가능" = 정책 지침은 연구과오가 인정될 경우 정부 당국이 그 잘못의 경중을 따져 해당 연구자에게 정부 기금사업에 대한 참여 금지등 행정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관련 조치로는 또 ▲연구 기록의 수정 ▲견책 서한 전달 ▲현행 공적 혜택의 정지 및 박탈 등이 있다.
또 정부당국은 연구과오가 사기나 다른 형사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할 경우 이 사건을 검찰 등 다른 적절한 담당기관에 맡길 수 있다고 정책 지침은 규정하고 있다.
김태균 기자 ta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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