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등장으로 이스라엘 총선 강경파 득세 예상
이스라엘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저항단체 하마스가 오는 18일의 새 자치의회 개원을 앞두고 원내 대표를 뽑는 등 제도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빠르게 갖춰 나가고 있다. 지난 달 총선에서 전체 132석 중 74석을 얻어 자치의회를 장악한 하마스는 15일 가자지구 지도자인 마흐무드 알-자하르를 원내 대표로 선출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하마스는 또 다수당 소속 의원이 맡게 될 자치의회 의장에 서안지역 지도자인 아지즈 드위크를 내정했다. 하마스는 이르면 자치의회가 개원하는 18일께 총리 내정자도 발표해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의 승인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하마스가 무소속 의원을 총리 후보로 내세우기로 했던 당초의 방침을 번복하고 가자지구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를 총리로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지도부는 의회 개원 후 2주일 안에 새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새 자치정부는 내달 초께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관측통들은 하마스 정부가 공식 출범한 직후인 28일 실시되는 이스라엘 총선거에서 이스라엘 유권자들이 하마스에 위협에 느끼면서 강경파 후보들을 뽑으면 양측 사이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제까지 아리엘 샤론 총리가 이끄는 카디마당이 내세운 영토 부분 양보를 조건으로 한 평화공존론이 지지를 얻었으나 하마스가 집권함에 따라 리쿠드당 등 우익 강경파가 득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쿠드 당의 벤자민 네타냐후 당수는 한 TV 인터뷰에서 각국과 연계해 하마스와 대항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업무의 성격을 알고 있는 경험있고 책임감있는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마스 지도부는 우선 차기 정권 주요 인사 인선을 끝낸 후 이스라엘의 총선 결과를 지켜보면서 내각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날 하마스 주도의 자치정부 출범 후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사흘 간의 비상회의를 시작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총리실, 외무부, 국방부 수뇌들이 참가하는 이번 회의에서 하마스가 장악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단계적인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주도의 내각이 출범하면 우선 1단계로 월 5천만달러 규모의 세수이체를 즉각 중단하고,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공조해 자치정부에 대한 재정적, 외교적 압박수위를 높여나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샤울 모파즈 국방장관은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와의 회견에서 하마스가 의회 의장과 총리 자리를 차지할 경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모든 접촉을 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모파즈 장관은 하마스가 자치정부를 맡은 후에도 이스라엘 파괴노선을 포기하거나 이스라엘을 인정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그같이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지난 달 총선에서 하마스 후보로 출마해 옥중 당선한 아흐메드 알리 아흐메드 의원을 이날 석방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수감중인 당선 의원을 석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하마스와의 관계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파타당 지도자인 마르완 바르쿠티를 포함해 지난달 총선에서 옥중당선한 팔레스타인 지도자 14명이 현재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돼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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