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21 18:57
수정 : 2006.02.21 19:57
미국 ‘경제 봉쇄’ 맞서 이란 지원 앞장
아랍연맹, 이슬람주의 단체들도 가세
라이스 중동 순방…하마스 지원에 반격
이슬람권의 형제애는 과연 하마스를 통해 구현될 수 있을 것인가? 형제애를 소리높혀 외쳤을뿐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지 못했던 중동 국가들과 이슬람단체들이 하마스를 놓고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경제 압박작전’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이슬람주의단체 하마스가 이슬람권의 자금지원을 받아 위기를 돌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마스와 이란이 부쩍 가까워지고, 중동의 이슬람주의 단체들이 이에 동조하는 구도가 드러나고 있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이미 이스라엘과 미국의 ‘경제 봉쇄 작전’으로 위기에 몰려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일 검문소를 통과하는 팔레스타인 인력과 물자에 징수해온 세금(매월 5500만달러)을 팔레스타인 정부에 넘겨주지 않기로 하고, 팔레스타인 농산물·상품·인력 이동을 제한하는 제재조치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미국도 하마스를 간접지원한 미국내 아랍계 단체의 금융자산을 동결하고, 지난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지원했던 5천만달러도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중동 이슬람주의의 원조이며 지난해 선거에서 이집트의 대표적 야당으로 부상한 무슬림형제단이 먼저 나섰다. 형제단은 20일 지지자들에게 수입의 4분의 1을 하마스 지원기금으로 기부하도록 요청했다. 86개국 지부를 통해서도 지원금을 모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캠페인을 통해 하마스에 최소 반년치의 정부 운영자금을 마련해 줄 수 있다고 모하메드 하비브 무슬림형제단 사무차장이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이란 최고종교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이날 테헤란을 방문한 하마스 최고지도자 칼리드 마샬을 만나 경제지원을 약속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금융지원은 무슬림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책임을 함께 나누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랍연맹 외무장관들도 20일 알제리에서 만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매달 5천만달러씩을 지원하기로 한 기존 결의를 이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아랍연맹 회원국들은 2002년 이 계획을 마련했으나 실제로는 많은 국가들이 약속한 자금을 내놓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의견도 달라 30%의 자금만을 팔레스타인에 전달했다.
이런 이슬람권 형제애의 발휘를 미국도 그냥 보고 있지는 않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21일부터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의 우방국 순방에 나섰다. 하마스와 이란을 고립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아에프페(AFP)통신>은 보도했다. 라이스 장관은 출발 전 중동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주도하는 정권에 자금을 지원하려는 국가들은 ‘중동평화과정’에서 하마스에 대한 지원이 의미하는 바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럽연합과 유엔 등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하마스 ‘돈줄 차단’이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알바로 데 소토 유엔 중동특사는 20일 <로이터통신>과 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이체를 중단한 자금은) 본래 팔레스타인의 것으로 이체를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차기정부 구성을 앞둔 ‘유동적인’ 시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며 재정압박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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