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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2 19:05 수정 : 2006.02.22 19:11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남쪽으로 100km 떨어진 비셀 마을에서 지난 2일 오랜 가뭄에 지친 마사이족 주민들이 그늘에 앉아있는 동안 소 한마리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나이로비/AP연합

3년동안 가뭄…1100만명 아사 위기
갈라진 강바닥엔 썩어가는 하마 주검
먹을 것 놓고 부족끼리 전투 벌이기도

“쩍쩍 갈라진 강바닥에서 죽은 하마들이 썩어가고 있다. 바싹 마른 땅에선 얼룩말이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숨을 헐떡이고 있다.”

동아프리카가 가뭄으로 죽어가고 있다. 3년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아 강이건 농토건 풀밭이건 모두 거북등처럼 골이 패였다. 식량과 물이 바닥나면서 사람들은 물론 동물들까지 굶어죽어가고 있다. 케냐, 에티오피아, 말라위, 잠비아, 모잠비크를 덮친 이번 가뭄을 영국 <인디펜던트>는 22일 ‘킬러’라고 이름붙였다.

사람과 동물들은 참혹한 생존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유엔은 1100만명의 사람들이 굶어죽을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케냐 북부의 가축들은 70%가 가뭄과 기근으로 목숨을 잃었다. <비비시(BBC)>는 “사람과 동물들이 오직 식량과 물을 찾아 한쪽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케냐 북부에서 가축을 치는 존스튼 쳅코이는 “우리들도, 우리의 소들도 모두 먹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식량과 물이 남은 곳은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 케냐 북부와 우간다 북부, 소말리아 남부에선 사람들이 창과 총으로 무장한 채 먹을것을 찾아 헤매고 있다. 부족들끼리 전투를 벌이는 일도 잦다. 지금까지 가뭄으로 40여명이 숨진 케냐에선 부족들의 식량 다툼으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지 모른다고 유엔은 우려하고 있다.

이들의 가녀린 목숨은 국제기구가 운영하는 식량구호소에 달려있다. 에티오피아 남부 보리카에 있는 식량구호소에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배급날마다 수백명의 배고픈 농부들과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줄을 선다. 케냐에선 가뭄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는 350만명의 3분의 1 정도만이 식량 지원을 받고 있다. 지부티와 탄자니아에서도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식량 원조를 기다리고 있다.

가뭄이 길어지면서 케냐의 국립공원 등 동아프리카 일대의 야생동물들도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케냐 남부의 츠사보 이스트 국립공원은 야생동물들의 생명줄인 목초지가 사라지면서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 물을 찾아 가축들까지 몰려들어 야생동물들의 주거지를 파괴하고 있다. 케냐에선 국립공원 코끼리의 50%가 가축들에 쫓겨난 것으로 추산된다.

동아프리카 기근의 주원인은 표면적으로는 가뭄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복합적이고 다양한 원인들이 존재한다. 유엔 식량기구는 분쟁과 에이즈 같은 것들이 자연의 재앙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구 과잉과 삼림 벌채, 환경 파괴 등도 기근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소말리아에선 폭력과 치안 불안이 기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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