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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9 17:48 수정 : 2006.03.29 21:58

“신의 뜻대로, 나는 돌아올 것이다”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의 내전을 선동하면서, 피로 물들인 찰스 테일러. 체포됐던 그가 망명지 나이지리아의 저택에서 사라졌다. 2003년 라이베리아를 떠나면서 “다시 돌아오겠다”던 찰스 테일러의 맹세는 실현될 것인가?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대변인은 “테일러가 27일 밤 카라바에 있는 빌라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경호 책임자들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찰스 테일러는 14년간의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내전을 지휘하면서 소년병사 동원과 잔혹행위 때문에 유엔전범재판소에 기소된 상태다.

테일러가 사라졌다는 소식에 서아프리카 사람들은 두려움과 분노에 떨고 있다.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의 거리는 테일러 지지자들이 공격하거나 쿠데타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라이베리아 기자 콜로 브룩스는 “사람들은 그가 라이베리아에서 폭동을 일으킬까봐 무서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찰스 테일러는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과 군사 동맹을 잘 유지해 왔고, 특히 부르키나 파소 대통령과 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테일러가 도망쳤는지 납치됐는지, 어디로 갔는지 밝혀진 것은 아직 없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정부가 찰스 테일러의 탈출을 도와주었을 것이라는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시에라리온의 특별 검사인 데이비드 크레인은 “오바산조가 찰스 테일러가 도망갈 수 있도록 놓아 주었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비비시〉도 테일러의 운명을 조정하는 거대한 정치적인 배후가 있다고 말했다. 〈에이피(AP)통신〉은 테일러의 측근들은 이미 며칠 전에 칼라바를 떠나있었다고 보도하면서 테일러의 탈출이 계획적이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하지만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찰스 테일러의 실종에 “매우 충격을 받았다”며, “찰스 테일러의 실종을 알아보기 위해 조사단을 꾸리고 있다”고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오바산조 대통령은 라이베리아의 신병 인도 요구에 대해 지난 25일 송환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오바산조 대통령은 테일러를 전범 재판소에 인도하는 것을 오랫 동안 거부해 왔다. 미국과 인권감시단 등은 나이지리아 정부에 찰스 테일러 실종에 대한 책임을 제기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 스콧 맥클렐런은 부시 대통령은 29일로 예정된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의 만남을 취소할지도 모른다고 넌지시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테일러 신병을 인도하는 것은 나이지리아 정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인권감시단의 코린느 듀프카는 테일러의 실종을 ‘망신'이라며, “전쟁범죄자를 한 밤중에 빠져 나갈 수 있도록 한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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