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1 18:40
수정 : 2006.05.11 21:51
중동 민심은 ‘환호’…친미정권들은 ‘끙끙’
중동 지도자들이 ‘아마디네자드 딜레마’에 빠졌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미국의 중동정책을 연일 강하게 비판하면서 아랍의 길거리 민심을 장악해 가고 있으며, 이는 중동지역의 친미정권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1일 보도했다. 미국이나 유럽인들은 이란이 ‘위험한 대통령’ 때문에 국제사회의 ‘왕따정권’이 되고 있다고 여기지만, 중동의 밑바닥 민심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이라크 침공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핵기술이 국가적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중동 전역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수니파가 대다수인 아랍인들 사이에 이란의 시아파 신정체제는 큰 공감을 얻고 있지 않지만, 아마디네자드의 미국 비판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카이로의 수니파 무슬림인 마그디 파라그(40)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성직자들이 지배하는 이란은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나는 아마디네자드를 지지하며, 누군가는 미국에 맞서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가 1960년대 범아랍 민족주의 운동의 기수였던 가말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과 같은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와 동시에 미국의 동맹으로 여겨지는 아랍 정권들은 이란의 ‘핵무장화’와 영향력 강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최근 사우디와 카타르, 바레인, 이집트 정상들은 잇따라 만나 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으나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두바이 전략에너지투자그룹의 유세프 이브라힘 대표는 “민심은 반미로 가고 있는데 정부는 반이란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나 무력공격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이는 잔뜩 고조된 중동 지역의 반미정서에 불을 붙이는 것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렇게 되면 친미 아랍정권에 대한 민중봉기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나 석유공급의 토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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