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란과 직접대화 돌파구 모색

조지 부시 행정부가 오랜 금기를 깨고 핵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이란과의 위기 해소를 위해 직접 대화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유럽과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 부시 행정부 내에서 이란과 직접 대화 추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측 관리들도 "라이스 장관이 국무부내 고위 보좌진들과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 유럽측으로부터 대화 제안을 받았던 만큼 이젠 부시 행정부내 안보관련 관리들중 누군가가 나서서 이란과의 대화가 난관에 빠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 진전이 있는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을 라이스 장관은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모두 이란과 직접 대화는 물론 비공식적인 막후채널을 통한 대화까지도 반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미 행정부의 결론이 빠른 시일 내에 내려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이스 장관도 이란측에 대화를 시사할 경우 부시 행정부가 약세를 보이는 것처럼 비쳐질 가능성이 있어 꺼리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란측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해야 할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앞서 유에스에이(USA) 투데이와 CNN 등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열린 런던 6개국 회의는 이란의 핵농축 프로그램 중단과 동시에 이란의 안전문제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이란측에 제안하고 있으며 이 대화 상대에는 미국도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USA 투데이 등은 또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이란은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등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대화할)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언급한 것은 "이란과의 대화를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헨리 키신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과 클린턴 행정부 당시 북핵문제 협상을 주관했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사우드 알-파이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등도 부시 행정부에 대해 이란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해왔다.

현재 유럽국가 지도자들은 이란 핵을 둘러싼 국제적인 갈등의 악화를 막기 위해 유럽국가들과 이란이 벌이고 있는 협상에 미국이 참여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그러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초기, 그리고 지난 2003년 이란 밤 대지진 때 이란과 마주한 적은 있지만 지난 1979년 이슬람혁명과 이어진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인질사건 이후 이란 정부와 직접 대화를 피한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조복래 김계환 특파원 [e-mail] (워싱턴.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