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합참의장, 철저 조사-조치 다짐
이라크 정책-국내정치에 큰 파장 예상
이라크 주둔 미 해병대가 어린이를 포함해이라크 주민 20여명을 보복살해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지난해 11월 서부 안바르주 하디타 마을 사건이 미국의 이라크 정책을 포함해 대외정책과 국내정치에 큰 폭풍을 몰고 올 조짐이다.
이미 미 일각에선 1968년 베트남전 때 미군의 양민학살 사건을 연상시킨다며 '이라크판 미라이' 학살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아부 그라이브 수감자 학대 사건을 능가하는 파장 예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의회 청문회가 열릴 경우, 이 사건은 가담 해병대원들에 대한 살인혐의 기소나 은폐 의혹 연루 지휘관에 대한 문책 차원을 넘어,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내외의 반전여론과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뢰도에 폭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미 주요 언론과 의원들은 우려했다.
◇철저조사 다짐 = 지난주말 주요 언론과 존 머사(민주) 하원의원 등의 잇따른 폭로보도와 진상공개로 하디타 사건이 국제사회의 집중 조명을 받자 피터 페이스 미 합참의장은 29일(현지시간) CBS, CNN 등에 출연,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 결과에 따른 적절한 조치" 방침을 밝혔다.
전몰 미군을 추모하는 현충일에 하디타 사건 진상공개를 요구하는 여론 압박에 언론에 등장한 페이스 의장은 "사건 조사가 아직 진행중이므로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면서도 "신문에 보도된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관련자들을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초의 해병대 출신 합참의장인 페이스 의장은 그러나 하디타 사건이 사실이더라도 이는 "명예와 용기의 덕목을 갖춘 99.9%의 미군"은 그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 당국은 현재 하디타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상 자체와 함께 이 사건의 은폐 의혹을 가리는 2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페이스 의장은 국방부가 이 사건을 알게 된 것은 사건 발생 3개월이 경과한 지난 지난 2월10일이었다며, "우리는 우리가 왜 몰랐는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이는 은폐가 있었더라도 국방부 차원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AFP 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들 말을 인용, 조사가 끝나가고 있으며,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조사 결과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보도했으나, AP통신은 6월초에 완료될 것이라고 전했다. ◇의회 청문회 = 존 워너(공화) 상원 군사위원장은 군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슨 일이, 언제 일어났고, 그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해병대 고위층의 대응은 어떠했는지"를 심각한 의문사항으로 제시했으나, 조사 결론이 날 때까지는 성급한 추론을 경계했다. ◇예상 파장 = 미 해병대원들이 동료 대원이 폭사한 것에 흥분, 이라크 주민들을 무차별 보복살해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직접 가담자들은 살인혐의로 기소된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당시 가담 해병대원은 모두 10여명이나 직접 총격을 가한 사람은 하사를 포함해 4명이라고 전했다. 해병대 지휘부도 이미 존 머사 의원 등에 의해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머사 의원은 해병대가 사건 직후 일부 유가족들에게 돈을 줬다며 이는 해병대 지휘부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라크판 미라이'라는 논평들은 이 사건의 깊고도 넓은 파장을 예상케 한다. 로이터 통신은 "베트남 미라이 학살 사건이 미군과 베트남전에 대한 여론에 미쳤던 것과 유사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사건중 하나로 기록된 미라이 학살은 1968년 3월 미군 부대가 대부분 부녀자인 미라이 마을 양민 수백명을 무참히 죽인 사건으로, 당시 헬리콥터 조종사 휴 톰슨 준위가 이를 발견, 더 이상의 학살을 막을 수 있었지만 미군 당국은 1년동안 이 사실을 감췄다가 뉴욕 타임스 세이무어 허위 기자에 의해 알려졌다. 하디타 사건은 규모는 적지만,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3-14세의 어린이들도 희생자가운데 포함된 것으로 드러난 데다, 인터넷 미디어의 발달과 각종 여론조사에서 거듭 확인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세계 여론의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인해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충격은 못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내에선 최근 이라크전 반전과 미군 철수 여론이 확산 추세여서 기름에 불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으며,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라크전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부담이 급격하게 가중될 수 있다. 사건 직후 부녀자와 어린이들의 주검을 찍은 비디오 테이프가 올초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과 아랍 TV 방송사들에 입수된 것은 앞으로 미군 당국의 조사 결과 발표후 미국에 적대적인 세력의 반미 홍보전의 강도를 예상케 한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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