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서…아프간서…미군 잔혹사
실상 드러나는 ‘하디타 학살’ “시누이는 남편이 눈 앞에서 숨지는 걸 보고 쓰러져버렸다. 팔에 안겨있던 5개월 난 아기도 땅에 떨어졌다. 내가 아기를 안고 집 밖으로 달아났다.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때 시누이도 숨져 있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미군의 이라크 하디타 학살사건에서 살아남은 히바 압둘라는 당시의 처절했던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고, 29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동료 1명의 폭사에 분노한 해병대원들이 마을을 돌며 24명의 민간인을 사살한 이 사건은,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군의 가장 잔혹한 범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하디타 학살 현장의 생존자 4명과 인터뷰를 한 내용을 전하면서, “이들의 얘기는 증거로서 뒷받침되지는 못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사건의 윤곽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히바 압둘라는 미 해병대원들이 처음 난입해 7명을 사살한 하산 집의 며느리다. 그는 “미군이 남편인 라시드를 죽인 뒤 휠체어에 타고 있던 77살의 시아버지 압둘 하미드 하산 알리도 가슴과 배에 총을 쏴 죽였다”고 밝혔다. 미군은 4살 난 조카와 시동생 2명도 살해했다. 히바는 “살아남은 사람은 나와 또다른 어린 두 조카, 이만 왈리드와 압둘 라흐만뿐이었다. 두 조카는 침대 밑에 숨었다가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히바는 “우리 집에서 사람들을 죽인 미군은 옆집으로 옮겨 3∼14살 사이의 어린이 5명을 포함해 8명을 또다시 살해했다”고 말했다. 옆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파 유니스 살림(13)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죽은 것처럼 가장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동생의 시체가 나를 덮을 때 나는 죽은 것처럼 가만 있었다. 남동생의 몸에서 피가 수돗물처럼 흘러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들이 가족들을 발로 차는 걸 봤다. 한 병사는 내 친척에게 뭐라고 소리친 뒤 죽여버렸다”고 말했다.<뉴욕타임스>는 “어느 희생자는 휠체어에 탄 80살 가까운 노인인데, 코란을 들고 있다가 살해됐다. 어느 어머니와 아이는 기도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살해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희생자 가족들은 미군으로부터 희생자 한사람 당 2500달러씩의 보상금을 받았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