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우라늄 농축·재처리 중단시”
미국은 31일(현지시각) 이란이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활동을 중단할 경우 유럽연합(EU) 3국이 이란과 벌이고 있는 핵협상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에 대한 메시지 하나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용납못한다는 것"이라고 다른 하나는 "이란이 어떠한 핵프로그램도 검증가능하게 중단해야 하며 그 즉시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 나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에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기자회견을 갖고 이란이 우라늄 핵활동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게 중단하는 즉시 미국은 EU 3개국과 함께 이란 대표단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 이란 직접 대화 방침은 이란과 핵협상을 벌이고 있는 유럽연합(EU) 3국과 중국, 러시아의 압력에 따른 것이고, 다자대화 방식이긴 하지만,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래 이란과 직접 대화를 거부해왔다는 점에서 커다란 정책선회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의 대이란 협상 직접 참여 용의 발표에 영국, 프랑스, 독일은 이란과 핵협상 타결 희망을 높여주는 것이라며 환영했다. 미 국무부는 라이스 장관의 회견에 앞서 주미 스위스대사관을 통해 이란에 라이스 장관의 기자회견문 사본을 전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라이스 장관은 이날 회견 후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및 독일 외교장관들과 함께 대 이란 협상안에 대한 최종 절충을 벌인다. 라이스 장관은 회견에서 이 협상안의 "핵심 요소들"에 대해선 합의가 이뤄졌다며 "앞으로 수일내 이란 정부가 이 제안을 면밀하게 검토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날 미국의 대 이란 직접 대화 용의 소식에 국제유가와 금값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미 달러화는 오르는 등 국제 시장이 크게 영향받았다. 그러나 이란은 자국의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활동은 평화적 이용 목적이며, 이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란이 미국의 대화 조건에 응할지가 미-이란 직접 대화 실현의 관건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란 핵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게 매우 중요하며,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고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며,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수일간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정상들과 이란 핵문제에 관해 전화 협의를 한 후 이날 대 이란 직접 대화 용의를 밝혔다. 회견에서 라이스 장관은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경우 이란과 경제협력을 증대할 것이라고 말하고 이란이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도 보유했음을 인정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현재 이란과 외교관계 완전정상화 등 모든 현안을 포괄하는 '대타결(grand bargain)'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지만, 핵문제가 해결될 경우 양국간 "관계에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그러나 "이란 정권의 성격에 대해 혼동하는 사람은 없다"며 "테러리즘에 대해선 타협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 이란 무력행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부시 대통령이 어떠한 옵션도 사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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