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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에서 대우건설과 가스안전공사 근로자 5명이 현지 무장단체에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 7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5가 대우건설 본사에서 윤국진 해외사업본부장(오른쪽)이 사건 경위와 대책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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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올 때마다 깜짝깜짝” “연락 기다리는 수 밖에”
가족들 정부 신속대처 호소
나이지리아 한국인 피랍…회사 대책 분주
나이지리아에서 현지 무장단체에 납치된 한국인 노동자 5명의 가족들은 7일 오후 피랍 소식을 전해듣고 당혹감 속에 마음을 졸이며 정부의 신속한 대처를 호소했다.
피랍된 대우건설 김희동(29)씨의 어머니는 부산 부암동 집에서 소식을 접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아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그는 “회사에서 무사히 풀려날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버지도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 박창암(44) 과장의 부인도 “새로운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권혁준(39) 한국가스기술공사 대리의 부인 박아무개(34)씨는 “현지에서 그런 납치 사건이 빈발하는데 대부분 잘 해결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아들(9)·딸(6)과 함께 남편의 무사 귀환을 빌었다. 전기분야 전문가인 권 대리는 2003년 10월 현지에 파견돼 근무해 오다 이달 말께 귀국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가스공사 김옥규(40) 과장의 부인 이아무개(38)씨는 “부모님이나 아이들이 이번 일을 알게 될까봐 걱정”이라며 울먹였다.
납치된 노동자들이 소속된 대우건설과 한국가스공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우건설은 윤국진 해외사업본부장을 반장으로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본사 22층에 마련한 상황실에서 사건 경위 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나이지리아 수도 라고스에 있는 현지법인 사무소에서도 무장단체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나이지리아 무장단체는 정치·종교적 문제보다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협상이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회사 직원 1명을 포함해 2명의 직원이 납치된 한국가스공사도 이수호 사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반을 꾸렸다.
부산/최상원, 최종훈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납치된 니제르 삼각주는
“분리 독립” 반군 외국인 납치 잦아
7일 한국인 노동자 5명이 납치된 지역은 최근 정세가 불안한 나이지리아 남부 유전지대인 니제르 삼각주의 석유수출항 포트 하코트 근처다. 나이지리아 니제르 삼각주 유전지대의 불안은 뿌리가 깊다. 니제르 삼각주 주변 주민들은 정부가 막대한 석유 수입을 독점해 자신들을 빈곤에 허덕이게 만들었다고 원망한다. 실제로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지만, 2004년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은 400달러에 불과하다. 이런 지역 정서를 바탕으로 나이지리아로부터 분리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무장단체 ‘니제르 델타 해방운동(MEND)’은 최근 급격하게 세력을 넓혀왔다. 이들은 지난 2월18일 석유 메이저 로열더치셸의 외국인 기술자 9명을 인질로 잡았다가 풀어줬고, 4월29일엔 현지 정유공장에 차량폭탄공격을 하며 “중국에 대한 경고”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3일엔 ‘니제르 델타 청년들’이라는 단체가 8명의 외국인 석유기술자를 납치했다가 48시간 만에 풀어줬다. 5월11일엔 포트 하코트에서 외국인 기술자 4명을 납치하려다 총격전이 벌어져 미국인 정유회사 간부 1명이 살해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도 9명이 납치돼 이 가운데 3명은 아직도 억류돼 있다.이 사건들도 ‘니제르 델타 해방운동’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무장단체는 외국인을 납치한 뒤 몸값을 받거나 송유관에서 대량의 석유를 훔쳐 동유럽 등의 암시장에 팔아넘기는 방식으로 거액의 자금을 마련해 왔다. 이 자금은 무기를 사들이고 반정부 운동을 벌이는 물질적 토대가 됐다. 이제훈 박현정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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