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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 무장대원이 12일 서안지구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의회 건물 안에서 기관총을 이용해 창문을 깨고 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따르는 수백명의 파타당 무장대원들은 12일 밤 가자지구 내 동료들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에 반발해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의회 건물에 총을 난사했으며 이어 내각 청사에 몰려가 가구와 컴퓨터를 부수고 문서들을 흩뿌렸다. 라말라/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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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하마스 충돌 격화
총리 집무실 공격받아
서방과 이스라엘의 ‘경제봉쇄’로 위기에 빠진 팔레스타인이 극심한 내부 분열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12일 밤(현지 시각)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을 지지하는 옛 집권당 파타 소속 치안 병력과 무장세력들이 요르단강 서안 중심도시 라말라의 총리 집무실과 의회, 정부 건물을 공격했다. 이들은 건물에 불을 지르고 총을 쏘며 사무실 집기를 부쉈으며, 소방대원들의 진화작업까지 막았다고 <비비시> 등이 보도했다.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는 이스라엘의 제재 조처로 라말라로 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사무실은 비어 있었다.
지난 1월 이슬람주의 단체 하마스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집권한 뒤, 이에 반발하는 과거 집권세력 파타와 하마스의 갈등이 위태로운 폭력사태로 치닫고 있다. 하마스의 ‘급진노선’을 비난하고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주장해온 파타 지도자 아바스 수반은 지난 10일 이스라엘 인정을 뼈대로 한 문서를 7월26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하마스와 파타 소속 무장대원들의 충돌로 20여명이 숨졌다.
국민투표 대상은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정치인들이 공동으로 작성한 18개 조항의 ‘양심수 문서’다. 여기엔 이스라엘을 국가로 받아들이고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점령한 현재의 팔레스타인 땅에서만 독립국가를 건설하자는 내용이 일부 담겨 있다.
하마스는 국민투표 강행은 법적 근거가 없는 “쿠데타”라며 이를 저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불인정을 강령으로 삼고 있는 상태에서 아바스가 이를 국민투표에 부친 것은 하마스에 대한 신임투표를 강행하려는 정치적 도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을 인정하라는 요구를 하마스가 거부하자 경제 지원을 중단했으며, 팔레스타인은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이스라엘을 인정하자는 제안이 통과된다면 팔레스타인인들이 하마스 노선을 거부하는 것으로 해석돼, 하마스 내각을 해산시키고 새 총선을 치를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달초 여론조사에선 77%가 수감자들의 제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바스 역시 정치적으로는 위태로운 처지다. 그는 최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공습으로 정치적으로 고립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지난 9일 이스라엘 해군이 발사한 폭탄이 가자지구 해변에 떨어져 팔레스타인 일가족 8명이 숨졌다. 현장에서 숨진 아버지를 애타게 부르던 11살 소녀 후다 갈리야의 모습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과 상실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 16개월 동안 힘겹게 유지되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휴전은 사실상 깨졌고, 최근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이슬람지하드 소속 무장대원에 대한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 우파 카디마당 소속 타치 하네그비 의원은 12일 하니야 총리 암살을 경고해 논란을 일으켰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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