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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5 21:42 수정 : 2006.06.15 22:57

광주 방문 노벨평화상 수상자 이란의 시린 에바디 인터뷰
“핵 가진 미국이 파키스탄 핵 용인하고, 이란 문제삼는 건 이중잣대”

“미국이 최근 이란과 핵 문제에 대한 ‘7자회담’을 열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했다는 사실이 이란 사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 핵 문제를 풀려면 이란과 미국이 직접적으로, 분명하고 투명하게 협상을 해야만 한다.”

‘노벨평화상수상자 광주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이란 여성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59) 변호사가 15일 <한겨레>와 만났다.

국제사회의 현안으로 떠오른 이란 핵 문제의 해법으로 당사자간의 협상과 체제 민주화를 꼽은 그는 “파키스탄은 이슬람 국가인데도 핵을 갖고 있고, 미국의 우방으로 잘 지내고 있다”며 이란의 핵무기만을 문제삼는 미국의 ‘핵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에바디는 테헤란대 법대를 졸업하고 75년 이란 역사상 첫 여성 판사에 임용됐으나, 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여성이라는 이유로 법복을 벗어야 했다. 두 딸의 어머니인 그는 오랜 투쟁 끝에 93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여성과 어린이 권익보호와 인권운동, 살해된 민주화 인사 유족들의 변론에 나섰으며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투옥됐다. 2003년 무슬림 여성으론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며 이란 민주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이란이든 미국이든 핵폭탄을 갖는 것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핵과 관련한 지식과 기술을 이용하는 권리는 다른 국가가 제한할 수 없다’는 생각을 전제로 해법을 찾기를 바랐다. 미국과 이란이 아직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는 만큼 핵 협상은 이란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 이란 의회와 미국 의회, 이란 엔지오와 미국 엔지오 사이에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협상의 상황과 내용을 국민과 언론한테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바디는 이란 정치제도와 사회의 현실에 대해 비판적이었고 이를 바꾸기 위해 여러번의 투옥과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주장하는 중동민주화나 ‘외부로부터 강요되는 민주화’에는 비판적이었다. 그는 “이란 정부를 지지하지 않지만 미국이 와서 세력을 잡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렇다고 이란이 이라크처럼 (침략과 점령에 의해) 변화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평화적인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미국 의회가 이란의 반체제 인사 등을 지원하겠다며 만든 이란 민주화법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숨기지 않았다. “미국은 중동 국가의 민주화에 신념을 갖고 있지 않다. 미국의 중동 우방들 가운데 민주화한 나라가 있는가. 미국은 오로지 자국의 이익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압축적으로 말한다면 석유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이런 인식 때문에 이란의 민주세력들이 미국의 지원을 받기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화가 핵문제 해법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사회가 들어서면 국민들이 정부를 감시하고 핵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통제할 수 있다”며 외부의 압박보다 내부의 자발적인 통제에 무게를 두었다. 그는 이런 해법이 “이란처럼 미국의 주목을 받는 북한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민주화한다면 세계 사람들은 북한이 핵을 가져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가 핵을 가졌지만 이를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민주화로 사람들이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도 좀 더 민주화해야 한다.”

이란사회에서 반체제 활동을 하는데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인권을 보호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투옥을 비롯한 어려움이 닥쳐도 해야할 일이 많기에 그만 두거나 후회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와 동료들의 노력으로 이란 법률에서 여성 불평등 조항이 많이 바뀌었다. 이혼 뒤 2살 이하 남자 아이와 7살 이하 여자 아이는 어머니가 양육하고, 이후는 아버지한테 가야했던 법도 개정돼 이혼 뒤 7살 이하 남·녀아이는 어머니가 양육하고, 이후는 재판을 통해 결정하게 됐다. 법정에선 아이들과 사회복지사의 의견을 듣는데 대개 어머니를 선택하고 양육비는 아버지가 부담한다.

에바디는 새로운 해석과 개혁을 통해 이슬람을 민주주의, 법 앞의 평등 같은 보편적 인권과 조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003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장에선 히잡(무슬림 여성들의 머리 스카프)를 쓰지 않고 연설해 이란 보수파들의 격렬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이란 법은 이란 안에 있을 때만 적용되는 것이다. 이란에 있을 때는 형사적인 처벌 때문에 히잡보다 가벼운 루사리를 쓰지만 좋지 않은 법이라고 생각한다. 혁명 이전에는 히잡을 쓰고 안쓰고는 선택에 맡겨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당선된 뒤 이란 사회의 변화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 이란은 석유·가스 등 자원이 풍부하지만, 경제정책의 실패로 90%는 가난해지고 10%만 부유해졌다. 아마디네자드는 부패인사를 체포한다고 약속했으나 지금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물가안정과 실업해소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유감스럽지만 1년 전부터 이란 주식시장도 완전히 파괴됐다.”

이란에선 여성들이 경기장에서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이란 여성들은 누구보다 적극적인 축구팬들이다. 그는 “독일 월드컵에서 이란이 멕시코에 져 아쉽다. 앞으로 포르투갈과 앙골라와 예선이 있는데 응원해달라”며 “한국팀이 이겼다는 뉴스를 들었다. 승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이란 여성들은 아직도 축구장에 가서 경기를 볼 수 없지만 여성들이 축구를 볼 수 있는 이란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노벨평화상수상자 회의에 참가한 데 대해 “평화와 건강은 그것을 잃었을 때 비로소 가치를 깨닫는다. 전쟁이나 위기가 닥치기 전에 평화의 가치를 일깨우자는 모임이어서 기꺼이 왔다”고 했다. 그는 16일 정상회의 국제학술회의에서 ‘중동평화 구축 과정에서 민주주의 구실’이란 주제로 강연에 나서, 민주주의의 신장 없이는 평화정착이 어렵다는 신념을 역설할 예정이다.

광주/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첫 여성판사서 인권변호사로
시린 에바디 누구인가

시린 에바디(59)는 75년 이란 역사상 첫 여성 판사에 임용됐으나, 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여성이라는 이유로 법복을 벗었다. 투쟁 끝에 93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여성과 어린이 권익보호와 인권운동, 살해된 민주화 인사 유족들의 변론에 나섰으며,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투옥됐다. 에바디는 새로운 해석과 개혁을 통해 이슬람을 민주주의, 법 앞의 평등 같은 보편적 인권과 조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히잡(무슬림 여성들의 머리 스카프)를 쓰지 않고 노벨평화상 수상식에서 연설해 보수파들의 격렬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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