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최대쟁점 부상한 인질-재소자 교환

지난 25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납치된 이스라엘 병사를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재소자와 교환석방하는 방안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이스라엘은 26일 팔레스타인 무장조직들이 자국 군 초소를 기습공격해 납치해 간 길라드 샬리트(19) 상병을 "48시간 안"에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무장단체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 재소자들을 먼저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샬리트 상병 석방 요구가 거부될 경우 지난해 9월 철수한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스라엘 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 간에 전면전이 벌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팔' 무장단체 재소자 석방 요구 = 지난 25일 가자 남부 인근의 이스라엘 군 초소를 기습해 샬리트 상병을 납치한 것으로 알려진 팔레스타인 3개 무장단체는 26일 성명을 통해 샬리트 상병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여성과 18세 미만의 미성년 재소자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 성명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땅 점령에 맞서 가장 강경한 투쟁을 벌여온 인민저항위원회(PRC), 하마스 계열의 무장조직인 이제딘 알-카삼 여단 및 그동안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이슬람 군(軍)' 명의로 발표됐다.

이 같은 요구는 이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감옥에 가족이나 친구 등이 수감돼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샬리트 상병 석방 조건으로 재소자 석방을 요구하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벌인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날 시위에서는 "이스라엘 병사 한 명을 납치해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100명의 석방을 쟁취하자"는 구호가 나왔다.

◇이스라엘은 재소자 석방요구 거부 = 이스라엘은 무장단체들의 이 같은 요구를 즉각 거부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들의 위협에 굴복해 팔레스타인인 재소자들을 석방할 계획이 없다며 조건없는 석방요구가 거부될 경우 대규모 군사작전을 감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이스라엘은 일단 27일까지 납치 단체들의 반응을 살핀 뒤 석방요구가 끝내 묵살됐다고 판단되면 군사력을 동원한 구출작전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또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를 포함한 하마스 지도자를 겨냥한 표적살해 작전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에 인접한 케렘 샬롬 검문소 주변에 병력과 탱크 등을 대거 전진배치해 놓고 올메르트 총리의 진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팔' 재소자 문제란 =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재소자 처리문제는 동예루살렘의 지위 문제와 더불어 이-팔 평화과정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난제 중의 난제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끊임없이 계속돼온 팔레스타인 측의 재소자 석방 주장을 일축한 채 이 문제에 관해서는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해방투사"로 간주하는 이들 재소자가 이스라엘 입장에서 보면 국가안보를 위협한 "테러리스트"이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인권단체인 아담미르의 통계에 따르면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이 이스라엘에 점령된 이후 이스라엘 감옥에 투옥된 팔레 스타인인(석방자 포함)은 65만명을 넘는다.

이는 전체 팔레스타인 인구의 20%, 전체 팔레스타인 남성 인구의 40% 수준이어 서 팔레스타인인들이 감옥에 가는 비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지난 4월 현재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인은 미성년자 370명과 여성 103명을 포함해 8천∼9천명에 달하고, 이달 중 대다수는 적절한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구금돼 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인 비트셀렘은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들은 이스라엘 당국이 자의적으로 안보위협이라는 포괄적 혐의를 적용해 투옥하거나 구금한 정치범들이라고 지적했다.

수감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도 논란이 돼 왔다.

국제앰네스티는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들의 상당수가 일상적인 구타 등 각종 가혹 행위와 부실한 의료서비스로 고통받고 있다며 이스라엘 당국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관리 실태를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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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진 특파원 [e-mail] (카이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