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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3 08:22 수정 : 2006.07.03 22:43

이스라엘이 지난달 25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납치된 자국 병사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시작한 대 팔레스타인 공세에서 승자는 어느 쪽일까.

1948년 건국 이후 아랍권과 벌인 4차례의 중동전쟁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을 정도의 막강한 군대를 보유한 이스라엘은 무력으로 팔레스타인을 완전 압도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는 지난 27일 밤부터 개시된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폐허로 변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무장헬기와 전투기를 동원한 정밀공격을 통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교량, 발전소 같은 가자지구의 기반시설을 망가뜨려 놓고 있다.

2일 새벽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서 하마스를 대표하고 있는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의 가자지구 사무실까지 공습했다.

또 하마스 창시자인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이 세운 한 학교에 미사일을 꽂았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기반기설 공격 외에도 자국 군의 자유로운 지상작전이 가능한 요르단강 서안에서 하마스 각료들을 무더기로 체포(납치)해 자치정부의 일부 행정 체계를 마비시킴으로써 하마스 정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럼에도 군대가 없는 팔레스타인의 제도권 정치세력들은 이스라엘 공격을 막아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정도의 대응 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돼 있는 팔레스타인인 재소자들을 석방시키기 위한 인질로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은 이스라엘의 무력공세에 추가 납치 공격으로 맞서고 있다.

무장단체들은 2일 이스라엘에 공격조를 보내 발전소나 학교 같은 사회기반시설을 똑같이 파괴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이스라엘에는 큰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공세가 군사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완승으로 끝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집요한 군사공격이 도를 넘으면서 여론의 지지를 얻는 싸움에서는 이스라엘의 패색이 짙어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무장세력은 지난달 25일 길라드 샬리트 상병을 인질로 잡은 후 군인을 포함해 이스라엘인 4명을 납치해 그 중 1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예상 외로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점은 이스라엘 내의 동향이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아랍ㆍ이슬람권을 제외한 국제사회 조차도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거론하며 군사공격을 명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내부에서 팔레스타인 공격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밤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의 예루살렘 관저 주변에서는 600여 명의 이스라엘인들이 가자지구 공격을 전쟁범죄라고 규탄하며 공격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군 복무 거부를 지지하는 이스라엘 평화운동단체인 `예슈 그불'이 조직한 이날 시위에 앞서 가자 남부 국경지대에 있는 수파 기지와 텔아비브의 국방부 청사 주변에서도 가자공격을 반대하는 이스라엘인들의 시위가 펼쳐졌다.

평화운동가인 우리 아브네리는 이스라엘 국민은 군 복무 경험이 있어 팔레스타인인들이 하는 게릴라전과 단순 테러를 구분할 줄 안다며 현 이스라엘 지도부가 샬리트 상병의 납치를 테러로 몰아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올메르트 총리 관저 주변 시위에 참석한 타마르 고잔스키 전 크네세트(의회) 의원은 "샬리트 상병은 인질이 아니라 전쟁포로이고, 이스라엘은 현재 약 7천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구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생포(납치)한 샬리트 상병과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를 교환석방하자는 팔레스타인 측 주장을 테러와 연관짓는 것을 경계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메르트 총리가 샬리트 상병 납치 사건을 빌미로 삼아 하마스 정부축출 목적으로 감행하는 과도한 군사공격이 이스라엘 점령에 대한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성격을 재조명하는 호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유력 일간지인 예디오트 아하로노트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8%가 샬리트 상병과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교환 석방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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