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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과 아랍어라는 공통의 전통문화가 희미해지면서 알제리의 아랍계와 베르베르, 이슬람주의자와 세속주의자들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1년 6월 베르베르족이 중심이 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가 ‘차별철폐’ 등을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해 언론인 2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다쳤다. 알제/AFP 연합 ‘서구’ 밀물로 이슬람문화 희석
아랍-베르베르 공통분모 ‘흔들’ 알제리 문화에서 ‘알제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알제리대학교에서 만난 언론전공 무슬림 베르베르 학생들은 아마지그어와 프랑스어을 말하고 쓸 수 있을 뿐 아랍어를 전혀 하지 못했고, 또 박물관에서 만난 한 기독교인 베르베르인도 프랑스어와 아마지그어만 쓰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알제리에는 이슬람문화를 기초로 아랍어에 바탕을 둔 아랍문화와 아마지그어에 기초한 베르베르 문화가 공존하고 있었다. 인구의 대다수인 아랍계는 사회계층이 엄격히 구분되고, 부족간 상호이해는 ‘카이다’라고 불리는 절대적 권한을 가진 부족 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 조정된다. 반면 알제리인의 30%를 차지하는 베르베르의 사회계층은 크게 나뉘지 않고, ‘자마’라는 회의체가 다스리는 작은 씨족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왔다. 그렇지만 양쪽 모두 이슬람이란 종교를 믿고 사회생활에서 아랍어를 필수적으로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36년 동안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받으면서 알제리 문화의 전통이 허물어졌고, 사회생활에서는 아랍어 대신 프랑스어가 더 널리 통용되는 필수언어가 되었다. 아랍인들은 여전히 이슬람사원을 통해 코란에 쓰여진 아랍어를 배우지만, 베르베르인들은 아마지그어로 번역된 코란을 외고 이슬람을 믿고 있다. 베르베르인들은 대부분 수니 이슬람을 믿고 있지만 천주교, 기독교 신자들도 적지 않고, 무슬림이라도 대부분 아랍어를 모른다. 그나마 식민통치 기간과 독립 이후에도 공통분모로 남아 있던 이슬람 문화 역시 알제리 정부의 적극적인 서구화 정책 속에서 희미해져가고 있다. 상점이나 식당에서는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포도주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고, 알제 도심에서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서구식 옷을 입고 돌아다닌다. 빈민층 거주지역과 농촌에서까지 집집마다 위성방송을 수신하는 접시안테나가 달려 있고, 서구 위성방송을 통해 세속적인 자본주의 문화가 알제리 무슬림들의 사고방식에 깊이 침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편승해 현 권력층과 언론들은 이슬람주의를 공격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슬람은 단지 종교로만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알제리의 부자마아 하이슈이 공보성 장관은 “이슬람은 원래 극단주의를 추구하지 않고 중용을 취한다. 현 상황에서 알제리는 자본주의 밑에서 정치를 분리하면서 이슬람을 믿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알제리인들도 이슬람은 종교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쪽과 이슬람법(샤리아)을 따르면서 종교와 국가가 일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알제리 알카에다 지부 등 이슬람주의 집단들은 아랍연맹 회원국으로 엄연히 이슬람국가인 알제리에서 코란의 언어인 아랍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민간인들을 공격하고 있고, 대다수 알제리인들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알제리 정부 역시 아랍어 교육을 강화하면서도 베르베르인들을 껴안아야 한다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중동의 대세는 알제리 정부 고위층이 파악하는 것처럼 자본주의 세계체제 속에서 움직이고 있고, 미국문화가 패권문화로 자리잡아 가면서 점점 알제리에서 이슬람과 아랍문화가 약화돼 갈 것이다. 금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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