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7.18 00:01 수정 : 2006.07.18 00:01

레바논 내 시아파 정당인 헤즈볼라가 지난 12일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하면서 시작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G 8(서방선진 7개국과 러시아) 정상들이 16일 사태 해결을 위한 4개 항을 분쟁 당사자들에게 촉구키로 합의하고, 비교적 중립적 입장에 설 수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중재노력이 배가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헤즈볼라는 물론이고 이들을 상대로 2개의 전선을 형성한 이스라엘의 싸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현격한 입장 차 = 이번 분쟁의 직접 당사자들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에게 들어주기 힘든 요구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돼 있는 아랍인 재소자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인민저항위원회(PRC), 이슬람군대, 하마스 계열의 이제딘 알-카삼 여단 등 3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지난달 25일 이스라엘 병사 1명을 납치한 뒤 내건 요구 조건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이들이 석방을 요구하는 수감자들은 이스라엘을 공격한 혐의 등으로 투옥된 사람들이다.

이들 수감자는 팔레스타인이나 헤즈볼라의 관점에선 저항투사이지만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안보를 위협한 테러리스트와 다름 아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수감자들과 납치된 자국 병사의 교환석방 가능성을 처음부터 일축하고 무리하게 군사공격을 선택한 것은 그런 배경에서라고 할 수 있다.

또 이스라엘은 무장세력의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유사 사례가 빈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한 헤즈볼라는 자신들이 내놓은 수감자 석방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에는 납치한 이스라엘 병사를 순순히 내주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증요법만 좇는 국제사회 = G 8 정상들은 1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번 사태를 촉발한 무장세력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와 이 사건에서 비롯된 결과들을 지난달 25일 시점 이전으로 돌려놓는 내용의 사태해결 방안에 합의했다.

G 8 정상들이 사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4개 항은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납치된 이스라엘 병사의 석방, 이스라엘에 대한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로켓 공격 중단, 이스라엘의 대 레바논 군사작전 중단과 가자지구 조기 철수, 이스라엘이 체포한 하마스 각료와 의원들의 석방이다.

그러나 G 8 정상들은 애초 이번 사태가 야기된 뿌리인 팔레스타인 재소자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음으로써 무장세력의 이스라엘 병사 석방 가능성을 봉쇄했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G 8 정상들을 대표해 "테러세력과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중동지역에서 혼란을 초래할 기회를 갖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군인 납치공격을 사실상 테러로 규정했다.

이와 관련, 중동 문제 전문가들은 분쟁 당사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서방권 국가들의 이중잣대가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카이로에서 활동하는 한 중동 전문가는 무장세력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를 테러로 정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직후 이스라엘이 이 전쟁을 통해 점령한 지역에서 철군할 것을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 242호가 채택됐다며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거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이 결의에 비춰보면 무장세력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는 정당한 저항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무장세력이 민간인이 아닌 군인을 납치한 것은 그런 점까지 계산해 펼친 저항작전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출구는 없나 =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16일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를 통해 레바논 정부에 휴전 성사를 위한 2가지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이들 조건은 헤즈볼라가 납치한 병사 2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 접경지대에서 레바논 북쪽으로 약 20㎞ 떨어진 리타니강 이북으로 헤즈볼라 무장요원들을 철수시키는 것이다.

후자로 언급된 조건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지역에서 이스라엘에 로켓 공격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자신들의 완패를 의미하는 이들 조건의 수용을 거부했고, 허약한 레바논 정부는 제도권 내의 시아파 정당이면서 100만 명 이상의 지지자를 확보하고 있는 헤즈볼라에 이스라엘의 요구사항을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랍권에서 확산하고 있는 헤즈볼라에 대한 지지도 헤즈볼라의 양보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분쟁 당사자들 끼리의 사태해결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유엔을 주축으로 한 국제사회가 직접 개입해 평화유지군 파견 등을 통해 강제로 분쟁을 진정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