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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6 00:02 수정 : 2006.07.26 00:02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군이 레바논 남부 국경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계속한 25일 베이루트에선 공습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베이루트 시내의 주요 거리는 외국인들이 대거 피난을 떠난 데다 많은 시민들이 안전한 곳을 찾아 대피한 상태여서 여느 도시의 휴일 아침 처럼 무척이나 한산했다.

`전쟁특수'를 노린 일부 택시 기사들은 `위험 프리미엄'을 붙여 평소 보다 4∼5배의 요금을 더 받을 수 있게 된 때문인 지 난리가 난 것이 싫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나다니는 차량이 많지 않아 시내도로가 뻥 뚫린 것도 그들에게는 금상첨화였다.

상점들은 대부분 셔터를 내린 채 손님을 받지 않았고, 여름 휴가철이면 발디딜 틈 조차 없었다는 베이루트의 해변은 텅 비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베이루트 동부의 기독교인 거주지역에서 부터 지난 12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습이 집중됐던 남부의 시아파 거주지역과 북서부 지중해변 쪽의 수니파 밀집지역 등을 둘러봤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번 전쟁에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시아파 무슬림들은 십중팔구 헤즈볼라를 조건없이 지지했고, 레바논 사회를 이루는 다른 두 축인 수니파와 기독교계 주민들은 대체로 "싸움은 싫다"며 하루 빨리 평화가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기자에게 동부지역을 안내해 준 택시기사 아흐마드 하산(48)은 시아파라고 했다.

그는 모든 시아파는 헤즈볼라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며 미국을 "큰 괴물(Big Monster)"로 묘사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에 극도의 혐오감을 노출했다.

그의 차를 타고 이스라엘의 공습이 비켜간 동부지역을 돌아보는 동안 헤즈볼라를 찬양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성전을 선동하는 행진곡 풍의 노래를 계속 들어야 했다.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알-마나르(등대) 라디오를 즐겨 듣는다는 하산은 "헤즈볼라의 승리가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공군의 주된 타격 대상이었던 베이루트 남부의 부르즈 엘바라즈네와 주변 지역은 유령의 도시를 방불케했다.

헤즈볼라의 거점으로 알려진 이 지역에서는 시아파 주민들이 추가 공습을 우려해 어디론가 피신해 행인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자신을 수니파라고 소개하면서 헤즈볼라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한 자카리아 알갈라이니(60)는 많은 시아파 주민들이 집을 떠나 난민생활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얼핏 보기에도 기독교계 거주 지역에 비해 빈민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베이루트 남부에서는 이스라엘 군의 폭탄공격을 받아 움푹 패인 도로와 골조만 앙상하게 남은 건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거리 곳곳에는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와 이스라엘과 투쟁하다가 숨진 헤즈볼라 전사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한 소식통은 24일 아침까지 베이루트 남부지역에 폭격이 있었지만 라이스 장관이 이날 오후 베이루트를 다녀간 뒤 이상하게도 공습이 주춤해졌다고 말했다.

일부 베이루트 시민들은 이를 `라이스가 가져다 준 잠깐의 평화'라고 말하면서 모처럼 찾아온 평화가 다시 깨질까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부르즈 엘바라즈네 인근에 위치한 라피크 하리리 베이루트 국제공항은 이스라엘 군의 활주로 공습으로 기능이 마비된 까닭에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베이루트 공항을 빠져나와 북쪽의 지중해 해안도로 쪽으로 달렸다.

도로에 차량이 뜸해 평소 1시간 이상 걸렸다는 거리를 10분 남짓 만에 도착했다.

베이루트 항구는 뒤늦게 피난행렬에 동참하려는 외국인들로 북적댔다.

남편과 함께 피난길에 오른 40대 쯤 돼 보이는 캐나다 여성은 "베이루트가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베이루트 사람들이 다운타운이라고 부르는 네즈메광장 인근에서 레바논방송(LBC)에서 일한다는 마르완 아지(37)를 만났다.

기독계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우리는 전쟁을 원하는 헤즈볼라도, 이스라엘도 지지하지 않는다. 우리는 레바논을 지지할 뿐이다"며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베이루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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