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7.30 15:59 수정 : 2006.07.30 15:59

세계 최정예라는 평가를 받는 이스라엘 군과 막상막하의 공방전을 2주 넘게 계속하는 헤즈볼라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스라엘이 지난 12일 자국 병사 2명을 납치한 헤즈볼라를 무력화하기 위한 레바논 공격을 시작했을 때 군사적으로는 이스라엘이 수월하게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연간 80억 달러 이상을 국방비로 쓰면서 미국으로부터 최첨단 무기를 공급받고 있는 이스라엘과 민병조직을 거느린 헤즈볼라의 전력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사실 무의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의외로 헤즈볼라를 쉽게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공격하면 반드시 보복하는 가공할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빈트 즈바일 등 레바논 남부 마을을 일시 점령했던 이스라엘 지상군은 헤즈볼라 전사들의 반격으로 한꺼번에 8명의 병사가 숨지자 점령지에서 일단 철수한 뒤 공습과 포격에 치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헤즈볼라의 막강한 전투력을 놓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게릴라전에 맞게 훈련된 헤즈볼라 전사들 = 이스라엘의 1982년 레바논 침공 후에 결성된 헤즈볼라는 2000년 5월 이스라엘 군이 남부 레바논에서 철수할 때까지 끈질긴 저항공격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헤즈볼라는 20년 가까이 이스라엘 군과 맞서 싸우면서 실전수행 능력을 키워왔다.

현지 소식통들은 헤즈볼라 전사들은 이스라엘 군의 철수 후에도 이스라엘의 침공에 대비한 고강도 훈련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고 말했다.

시리아 접경의 동부 베카계곡에 있는 훈련 캠프에서 주로 이뤄진 훈련은 이란의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 교관들이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알-마나르 TV가 반복해 방송하는 헤즈볼라 전사들의 훈련장면은 특수부대가 받는 훈련을 방불케 한다.

레바논 유엔평화유지군(UNIFIL) 사령관인 알렝 펠레그리니 소장은 현지 언론에 공격자 입장인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헤즈볼라를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외교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로켓공격을 막을 완충지대를 두기 위해 점령하려는 레바논 남부 지역에는 현재 800∼1천 명의 헤즈볼라 전사들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UNIFIL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12∼15명씩 그룹을 지어 땅굴이나 지형지물을 이용해 매복해 있다가 이스라엘 군이 접근하면 기습공격한 뒤 빠지는 전술을 쓰고 있다.

이들은 무전기를 사용해 이스라엘 군이 해독할 수 없는 특수 암호로 통신하면서 곳곳에 사전 은닉해 놓은 탄약과 무기를 이용해 이스라엘 군을 타격하고 있다.

구릉지인 레바논 남부의 지형도 게릴라 전술을 쓰는 헤즈볼라의 전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이다.

빈트 즈바일에는 겨우 100여 명의 헤즈볼라 전사들이 배치돼 있지만 이들은 지형을 최대한 이용한 게릴라 전법으로 탱크를 앞세운 이스라엘 군을 격퇴했다.

이스라엘 군은 육안관측이 어려운 헤즈볼라 전사들을 제거하기 위해 미국에서 지원받은 벙커버스터 폭탄을 사용해 레바논 남부지역을 초토화한 뒤 지상군을 다시 투입해 완충지대를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폭넓은 지지와 높은 사기 =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처럼 빈민구호 사업 등을 활발히 전개해 대중적 지지기반을 넓혀 왔다.

현지의 한 소식통은 헤즈볼라는 극빈 가구에 월 100달러씩의 생계자금을 줘 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테러조직으로 보고 있지만 레바논이나 아랍권에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는 투쟁을 이끄는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베이루트 연구정보센터가 최근 레바논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헤즈볼라의 저항을 지지하는 응답이 86.9%에 달했고, 이스라엘 침공에 대처하는 레바논 정부에 대해서는 64.3%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 헤즈볼라가 정부 보다도 더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즈볼라의 거점인 베이루트 남부의 다히예 지역에서는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 설치된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거대한 초상 주변에는 그에 대한 지지와 존경을 나타내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현지 소식통들은 헤즈볼라가 병사를 납치해 이스라엘의 침공을 유발했을 때 기독교인들과 수니파는 헤즈볼라에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지만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민간인 인명피해와 사회기반 시설 파괴가 늘면서 헤즈볼라의 지지 폭이 크게 넓어졌다고 말했다.

헤즈볼라의 반 이스라엘 투쟁을 지지하는 여론은 레바논 국경을 넘어 아랍권 전역으로 이미 퍼졌다.

이는 현재 1만5천∼2만여명으로 추산되는 헤즈볼라 전사들의 사기를 높여 주지만 이스라엘 병사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UNIFIL 정무 담당 장교인 리처드 모르친스키는 헤즈볼라 전사들은 기민하고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스라엘 군의 포격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타당하게 들리는 저항의 명분도 헤즈볼라의 힘을 키우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구금된 레바논인 재소자 석방 ▲이스라엘이 점령한 레바논 영토(쉬바 팜스) 반환 ▲이스라엘이 남부 레바논에 매설한 지뢰지도 공개 ▲이스라엘 군의 영공, 영해, 영토 침범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은 테러 조직의 가당치 않은 요구라며 이를 일축한 채 헤즈볼라 분쇄를 위한 공세를 계속하고 있고,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 정부는 이스라엘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싸움이 길어지면서 레바논의 온전한 주권 회복과 관련된 헤즈볼라 요구가 부각되고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베이루트=연합뉴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