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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31 09:39 수정 : 2006.07.31 09:53

30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져내린 레바논 남부 카나마을의 건물 잔해에서 구조된 한 여성을 적십자 요원들이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있다. 카나/AP 연합

눈뜨고 보기 두려울 정도인 시신 구조작업 TV 생중계돼
레바논인 수만명, 베이루트 유엔사무소 난입 시위

이것보다 더한 참상은 없을 듯 싶었다.

이스라엘군은 30일 새벽 레바논 남부 마을 카나를 공습했다. 수십차례의 공습을 가했다고 하니 미사일과 폭탄을 퍼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날이 밝은 뒤 모습을 드러낸 카나 마을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레바논 LBC 방송은 현장에서 진행되는 구조작업을 생중계했고 이를 지켜본 레바논 국민은 이스라엘의 민간인 대학살 공격에 치를 떨었다.

기자가 묵는 베이루트의 한 호텔에서 TV로 참상을 목도한 일부 여성들은 눈물을 훔쳤다.

이날 공습으로 3층짜리 건물 1개동이 완전히 붕괴하는 등 카나 마을은 쑥대밭이 됐고 피난길에 오르지 못한 50여명이 졸지에 사망했다.

사망자 중 20여명은 어린이들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무너진 건물더미에 묻힌 시신 구조작업은 눈뜨고 보기 두려울 정도로 처참했다.


현지 방송은 "이스라엘의 도살장"이라는 표제를 달아 시신 발굴작업을 생생하게 보도했다.

적십자 요원들과 생존한 마을 주민 서너명이 폭탄에 맞아 폭삭 주저앉은 건물 안으로 장애물을 헤치고 들어가 발견한 것은 콘크리트 더미를 이불삼아 영원히 잠들고 만 어린이 시신들이었다.

구조요원들이 콘크리트 조각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들어내자 시신 서너구가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어린이들이었다.

폭탄이 내뿜은 화염에 그을린 듯 한 어린이의 얼굴은 시커먼 모습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그의 머리칼은 가마솥 바닥의 누룽지처럼 찰싹 붙어 있었다.

잠옷 차림을 한 듯한 여자 어린이는 콘크리트 조각에 깔리면서 주요 뼈마디가 부러졌는지 한 구조요원이 시신을 들어올리자 팔과 다리가 미풍 속의 나뭇잎 같이 흔들렸다.

구조 현장에서는 시신을 찾아든 파리 떼가 보이기도 했다.

이들 어린이는 남매 사이로 보였으며 폭음과 전투기의 굉음으로 엄청난 공포에 짓눌려 있다가 숨져 갔을 것이다.

구조요원들이 카나 마을 이곳저곳에서 이렇게 발견한 시신은 50구를 넘었다.

사망자 중에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집중됐던 티레에서 피난온 사람들도 꽤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요원들은 시신을 쌀 담요가 없어 발굴한 시신들을 동네 거리에 쓰레기 더미처럼 쌓아놓았다.


흉측한 모습으로 변한 어린 아이를 가슴에 안은 한 주민은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를 외쳤고 다른 주민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참상을 똑똑히 보라. 이것이 민주주의냐"고 울부짖었다.

한 주민은 "이스라엘인들이여, 우리의 자살폭탄 공격을 기다려라"고 분노했다.

사진기자로 보이는 한 여성은 끔찍한 참상 앞에서 취재할 생각을 하지 못한 채 계속 울고 있었다.

알-자지라 방송의 현지 특파원은 이제 레바논 전쟁은 협상을 통한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며 전쟁의 확산을 우려했다.

이스라엘은 카나 마을이 테러조직인 헤즈볼라의 로켓공격 거점이라고 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떠나라고 할 때 떠났어야 했다며 헤즈볼라가 민간인들을 방패로 활용했다는 논리를 펴며 이번 공습의 궁극적인 책임을 헤즈볼라가 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레바논인은 카나는 엄연히 레바논 땅인데 이스라엘이 떠나지 않는다고 마을 주민들을 향해 폭탄을 쏟아 부었다며 이를 미국과 유엔이 묵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지 언론은 카나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도로가 끊기고 안전한 탈출이 보장되지 않아 피난하고 싶어도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며 이스라엘의 카나 공습을 레바논인들에 대한 도살행위라고 비난했다.

성난 레바논 국민 수만명은 이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베이루트 시내의 유엔 사무소 청사에 난입해 이스라엘군의 카나 공습에 무기력하게 대응하는 국제사회를 규탄했다.

이스라엘군의 카나 주민 학살은 레바논인들에게 분노의 파도를 일렁이게 했다.

이런 상황에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무고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막을 즉각적인 휴전에 미온적 태도를 고수한 채 예루살렘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라이스 장관은 그러나 반미 여론이 임계점에 달한 레바논 방문을 포기했다.

카나 학살 사건으로 레바논 국민의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격한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레바논 사태는 더 많은 피를 부를 수 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베이루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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