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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2 19:17 수정 : 2006.08.12 19:17

이스라엘의 승리일까, 아니면 헤즈볼라가 이긴 것일까.

레바논 내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가 지난달 12일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해 촉발한 레바논 사태가 양측 간의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1701호)가 채택되면서 사태 발생 만 한 달 만에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휴전 성사의 열쇠를 쥔 이스라엘 군은 12일 내각이 안보리 결의를 공식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세를 계속했다.

그러나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이미 결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그가 이끄는 카디마당이 장악한 내각은 13일 예정된 회의에서 결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헤즈볼라는 그동안 휴전한 뒤 레바논 정부를 통해 이스라엘과 쟁점들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먼저 공격을 중단하면 불안하지만 휴전 자체는 성립할 것으로 보인다.

◇궁지에 몰린 올메르트 내각 = 올메르트 총리는 11일 안보리의 결의 채택 직전에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미국과 프랑스가 마련한 휴전 결의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13일의 주례 각료회의를 통해 결의안 수용을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메르트 총리가 지난 9일 레바논에 대한 공격 확대 결정을 주도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태도 변화다.


현지 분석가들은 올메르트 총리가 휴전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엄청난 민간인 희생을 수반하고 있는 이번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전쟁수행 방법을 둘러싼 이스라엘 내의 비판여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헤즈볼라 무력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레바논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펼쳐 지금까지 1천 명이 넘는 레바논인을 희생시켰고, 5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발전소의 저유시설을 파괴해 지중해변의 환경재앙까지 초래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피랍 병사 2명을 구출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이 같은 공격을 놓고 과잉대응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또 국내적으로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올메르트 총리와 아미르 페레츠 국방장관에 대한 지지가 약해졌다.

이스라엘 국민은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헤즈볼라를 제거하기 위한 레바논 침공에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한 달 넘게 싸움을 계속하고도 헤즈볼라를 무력화하지 못한 올메르트 정부의 전쟁 수행 방법에 대해서는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를 반영해 레바논 공격 초기 75% 이상이었던 올메르트 총리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최근 48%로 급락했다.

급기야 이스라엘의 진보적 신문인 하레츠는 11일 속전속결 방식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 올메르트 총리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서는 등 올메르트 정부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커졌다.

◇헤즈볼라 건재할 듯 = 이스라엘이 레바논 침공을 단행한 직접적 동기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한 사건이었고, 이 사건은 이스라엘 입장에선 "울고 싶던 차에 뺨 때려주는 격"이었다.

이스라엘은 2000년 5월 레바논 남부 점령지 철수 이후 세력을 키워가던 헤즈볼라를 전면 공격할 명분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을 통해 헤즈볼라의 힘을 완전히 빼 놓길 희망했다.

이스라엘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그런 입장을 고려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무력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주기 위해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휴전을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를 최대한 지연시켰다.

하지만 헤즈볼라는 최첨단 무기를 갖춘 이스라엘의 공중 및 지상 공격에 맞서 굽힘없이 싸웠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공습하면 어김없이 이스라엘 영토 깊숙한 곳에 로켓으로 상응하는 반격을 가했고, 레바논 남부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진격하는 이스라엘 군에는 게릴라전 방식으로 치열하게 대응했다.

한 달 동안 계속된 공방전에서 이스라엘 측 사망자가 120명을 넘고, 이스라엘 영토로 날아든 헤즈볼라의 로켓이 3천500기에 달한다는 통계는 헤즈볼라의 저항이 어느 정도 강력했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아랍 이슬람권의 대표적인 정치세력으로 부상했고, 헤즈볼라의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아랍권의 영웅으로 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헤즈볼라 무력화를 목표로 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의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집트의 한 정치 분석가는 헤즈볼라는 이번 싸움을 통해 레바논 내에서 정치적 위상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 = 11일(미국 현지시간) 채택된 안보리의 휴전 결의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교전행위 즉각 중단,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철수, 레바논 정부와 유엔 평화유지군(UNIFIL)의 레바논 남부지역 병력 배치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안정된 평화를 담보하기에는 부족한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은 현재 레바논 남부 지역을 장악한 이스라엘 군의 철수 시기를 둘러싼 문제다.

결의는 교전중단 후에 이스라엘 군이 가급적 조속히 철수해야 한다고 철군시기를 애매모호하게 규정했다.

이스라엘은 이를 근거로 헤즈볼라의 위협이 여전하다며 레바논 남부지역에서 군사작전을 계속할 여지가 많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즉각 철군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아 반격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싸움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결의는 교전이 중단되는 것에 맞춰 유엔 평화유지군을 배치토록 하고 있으나 레바논 남부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대치하고 있는 이스라엘 군과 헤즈볼라의 교전을 어떻게 중단시킬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결의는 이와 함께 리타니강 이남의 레바논 남부 지역에 레바논 군대와 유엔 평화유지군만이 주둔토록 하면서도 이스라엘이 강력해 요구하고 있는 헤즈볼라의 무장해제 문제를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헤즈볼라가 납치한 이스라엘 병사 2명의 석방 문제와 이스라엘이 생포한 헤즈볼라 전투요원들의 처리 문제도 다루지 않고 있다.

1만 5천 명 규모의 유엔 평화유지군을 구성하는 문제도 큰 논란이 될 수 있다.

레바논 군과 함께 남부 지역의 치안을 맡을 유엔 평화유지군을 프랑스가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대부분의 나라들은 외국군 주둔에 적대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레바논에 전투병을 파견하는 것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결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조항이 막판에 빠진 것도 분쟁이 지속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꼽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안보리의 휴전 결의에도 불구하고 레바논 사태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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