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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5 20:04 수정 : 2006.08.16 00:44

이스라엘 레바논 침공의 손익계산서

이스라엘 미국에 증오만 남아
반미감정 커져 부시 중동정책에 타격

레바논 정전이후 표정

남은 것은 폐허밖에 없었다.

34일간의 이스라엘 공습이 멈추자마자 피란짐을 자동차에 얹은 채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레바논 피란민들은 주검 냄새가 진동하는 폐허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폐허앞 절망과 분노= 베이루트 남부 교외로 돌아온 의사 압델 무나임 만수르는 시멘트 더미로 변해버린 아파트를 바라보다가, “우리는 모든 미국인들을 죽일 거다. 모든 시아파 무슬림이 미국인들을 죽일 거다”라고 분노했다고 〈뉴욕타임스〉는 15일 전했다. 헤즈볼라 근거지인 이 지역엔 이스라엘 공습이 집중됐다. 주민들은 이렇게까지 심하게 파괴됐을 줄 몰랐다며 절망에 울었고, 일부는 이스라엘과 미국을 저주했다.

움무 압둘라(60) 할머니는 〈뉴욕타임스〉 에 “그들이 왜 여기에 폭격을 했냐? 우리가 (헤즈볼라의) 나스랄라와 그들의 저항에 등을 돌리도록?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다. 그들은 우리 피의 일부고 우리 아이들이다. 빵을 살 돈만 남아 있어도 그들에게 줄 거다”라고 말했다.

레바논 남부 이스라엘 국경에 가까운 스리파 마을은 마을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는 사막으로 변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건설 일을 하는 하지 알리 다크룹(42)은 “무슨 권리로 이스라엘이 우리 집을 부쉈느냐? 그들이 부수고 또 부숴도 우리는 다시 집을 지을 거다. 이스라엘은 67년 아랍 국가들을 6일 만에 패배시켰지만 이번엔 한달이 걸려서도 헤즈볼라를 이기진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로엔 거대한 웅덩이가 패이고 건물들은 잿더미가 됐지만 사람들은 ‘헤즈볼라의 승리’를 외쳤다.

〈인디펜던트〉는 구호작업을 위해 파견된 적십자사 요원이나 레바논군, 정부 대표가 모두 헤즈볼라 대원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며, 헤즈볼라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주민 공동체에 강하게 뿌리를 내렸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를 무장해제시켜 이스라엘과의 국경에서 30㎞ 떨어진 리타니강 북쪽으로 몰아내겠다는 이스라엘의 목표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누가 이겼나’ 대차대조표= 끔찍한 전쟁의 ‘손익계산’은 잔인한 일이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벌어지고 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의회에서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레바논의 ‘국가 안의 국가’를 제거하고 헤즈볼라를 약화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전쟁 수행방식에 실수가 있었다”고 일부 실패를 솔직히 인정해야 했다. 이스라엘 내에선 올메르트 총리 퇴진론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헤즈볼라 게릴라들은 이스라엘의 손에 패배의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중동 반미감정이 높아지고 이스라엘군의 ‘무적신화’가 깨지는 등 미국·이

스라엘 두 나라의 중동정책이 큰 어려움에 부닥치게 됐다고 지적했다.

헤즈볼라 지도자인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에 맞서 전략적, 역사적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맞서 승리한 최초의 아랍세력이라는 평가를 중동에서 받는다. 그러나 병력과 무기, 근거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데다 다국적군의 무장해제 압박에 대응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게 됐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 멈추니 팔레스타인 불바다

15일 한 레바논인 가족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부서진 베이루트 남부의 자신들 아파트에서 물건들을 챙기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

레바논에서 폭격이 멈추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공습이 거세졌다.

레바논과 가자지구 ‘두개의 전선’에서 전쟁을 벌여온 이스라엘군은 레바논과 휴전에 들어간 14일 오후 곧바로 가자지구 공습을 재개했다. 무장세력인 ‘이슬람 지하드’ 단원의 집이라며 자발리야 난민촌의 주택에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해 8명이 다쳤다. 가자 북부에선 일가족 3명이 공습으로 숨졌다.

이날 미국 〈폭스텔레비전〉 기자 2명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가자지구에선 6월25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이 이스라엘군 병사 1명을 납치한 뒤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이 계속돼 지금까지 180여명이 공습으로 숨졌다.

1년 전 8월15일 이스라엘은 38년 동안 점령했던 가자지구에서 정착민 8500명과 병력을 철수했다. 이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염원해온 독립국가 수립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1년이 지난 15일 가자지구 상황은 악몽으로 변했다. 폭격 외에도 ‘경제적 공격’이 더 큰 고통이다.

1월 총선에서 이슬람주의 단체 하마스가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되자 서방국가들은 원조를 중단했고, 이스라엘은 가자지역을 둘러싼 모든 통로와 해상을 봉쇄했다. 6월 말 가자에 재진격한 이스라엘군은 오렌지 나무를 뿌리뽑고, 유일한 발전소와 다리를 파괴했다. 가자주민들의 유일한 생업인 농업 생산물이 팔릴 수 있는 통로도 모두 봉쇄됐다.

하마스 정부 각료의 3분의 1이 이스라엘에 구금됐고,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 등 각료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해 은신해 있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사실상 마비상태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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