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 외교전 이어 레바논 재건 지원도 이란에 완패”
미국이 포성이 멎은 레바논 남부지역에 대한 구호 및 재건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유엔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외교전에 이어 전후 재건지원에서도 이란에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격전장이었던 레바논 남부지역에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헤즈볼라가 구호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지만 미국의 지원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미국은 즉각적인 휴전 요구에 반대하다 국제사회의 압력에 밀려 휴전 지지쪽으로 돌아서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은 데 이어 전후 구호 및 재건에 대해서도 정부와 민간구호단체 모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
유대인단체를 중심으로 미국 내에서 모금된 이스라엘 북부 피해주민 지원자금은 불과 한달 사이에 2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넘쳐나고 있지만 훨씬 큰 피해를 입은 레바논 남부지역 피해주민 지원자금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옥스팜 아메리카가 지금까지 레바논 구호자금으로 모금한 금액은 3만달러에 불과하며 미 적십자사도 지난 10일까지 7만9천여달러를 모으는데 그쳤다.
미국 정부도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충돌이 격화되면서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무력충돌이 시작된 지 2주가 지난 지난달 25일에야 레바논을 인도적 비상상태로 규정하는 등 레바논 지원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보통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하면 수시간 늦어도 수일만에 해당지역을 인도적 비상상태로 규정하던 전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는 것이 국제구호기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국이 레바논에 대한 지원에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서방세계의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레바논 구호작업을 위해 2천100만달러를 모을 계획이었지만 실제 걷힌 것은 목표액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반면 사우디 아라비아는 레바논에 15억달러의 재정 및 재건비용을 제공했으며 쿠웨이트는 8천만달러의 지원을 레바논에 약속했다. 레바논 관리들은 이란이 헤즈볼라를 통해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으나 미국과 서방세계의 지원은 미미한 실정이라면서 역내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에서 이란이 조지 부시 미 행정부에 분명한 승리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아흐마드 파트파트 레바논 내무장관은 미국이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도와주지는 않고 있는 반면 이란은 헤즈볼라를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미국과 이란을 비교하며 꼬집었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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