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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이란 남동부 지역 자헤단에서 벌어진 이란군 기동훈련에서 한 병사가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자헤단/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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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 답변…미 “주의깊게 검토”
“이란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23일부터 진지한 협상에 돌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핵 협상대표는 22일 오후 이란 수도 테헤란에 주재하는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및 스위스 대사를 최고국가안보회의 청사로 불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등이 이란 핵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인센티브 협상안과 관련해 이란의 서면 답변을 주었다. 그 구체적 내용이 즉각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라리자니 대표는 독일을 포함해 5개 상임이사국(5+1)과 진지한 협상을 시작할 의사가 있음을 강조했다고 이란 국영 텔레비전이 보도했다. 라리자니 대표는 6개국이 요구한 우라늄 농축 중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회동 참석자들과 가까운 관리들은, 이란의 답변은 핵 프로그램 문제를 풀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이란의 답변을 주의깊게 검토하겠으나 이란 쪽이 계속 민감한 핵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면 유엔을 통한 제재를 신속하게 추구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21일까지 이란 쪽에서 나온 모든 징후는 6개국이 제시한 전제 조건을 거부하는 방향이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1일 ‘우라늄 농축 중단을 조건으로 협상을 벌이자’는 서방의 제안에 대해 “이란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핵과 관련해 신의 뜻대로 우리의 길을 계속 갈 것이다”라며 거부 의사를 명백히 했다. 이란 정부는 서방과 협상에서 핵 프로그램을 동결할 수 있지만, 협상의 사전조건으로 미리 농축을 중단하거나 핵기술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태도라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지난 6월 미국·영국·독일·프랑스·중국·러시아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면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 평화적 핵기술 지원, 검증 뒤 소규모 우라늄 농축 허용 등을 협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답변으로 이란 핵 문제는 다시 국제사회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달 31일 이란이 8월 말까지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지 않으면 제재에 나서겠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상태다. 단기적으로는 1단계로 핵 분야에 쓰일 수 있는 물자 통제, 2단계로 이란 정부 관계자들의 외국여행 제한과 이란의 원유·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 금지 등이 고려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러나 이런 조처들이 미국의 뜻대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이란은 이미 27년 동안 미국의 경제제재를 겪으며 체제와 경제를 유지해 왔다. 미국은 90년대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에 대해 사용했던 석유 금수 조처를 염두에 두지만, 현재 고유가와 석유수급 구조로 “동맹국” 안에서도 제재 반대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온다. 그러나 미국이 무력 사용이라는 위험한 카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끊이지 않는다. 새뮤얼 보드먼 미국 에너지장관은 “이란의 핵 야심을 막는 것은 유가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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