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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1 20:59 수정 : 2006.09.22 13:41

리비아를 방문 중인 한명숙 국무총리가 20일 저녁(현지시각) 트리폴리 시내 바블 아지지야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예방해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트리폴리/연합뉴스

한명숙 총리- 카다피 회담은 ‘카다피식 일방적 외교’의 재현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한명숙 총리의 회담은 구체적 일정이 행사 2시간 전에서야 한국 쪽에 통보됐다. ‘카다피식 일방적 외교’가 재현된 것이다. 카다피는 이날 ㄷ자로 배열된 회견장 좌석 가운데 자신은 ‘상석’인 중앙에 앉고, 한 총리는 배석자들이 앉은 왼쪽 소파에 앉도록 해 외교 의전상 결례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면담 장소도 애초 실무선에서 거론됐던 막사가 아닌 지도자 관저로 변경하는 등 막판까지 ‘극비 작전’을 전개했다. 높이 담장으로 둘러처진 카다피 관저는 4~5중의 검문 게이트를 통과해야 회담장까지 갈 수 있도록 돼 있는데다, 각각의 게이트 입구 양쪽에는 무장군인과 탱크, 장갑차가 삼엄하게 배치돼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카다피 관사인 지도자궁은 한 총리 일행이 묵었던 시내 중심가에서 차로 10분 거리, 트리폴리에서 가장 번화한 9·1거리 바로 옆에 있었다.

한 총리는 방명록에 “한국 리비아의 우호협력 증진을 기원합니다”고 썼다.

높이 안팎의 담장으로 둘러쳐진 정문을 지나 4~5개 겹겹이 마련된 게이트를 통과해 홀까지 차로 모두 2분이 걸렸다. 게이트 앞마다 탱크와 장갑차 서 있고, 중간중간에 총든 군인들이 배치돼 요새를 방불케 했다. 가장 마지막 안쪽에 있는 카다피 관사 본관은 내부가 100여평 규모로, 역시 4~ 높이의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곳곳에 망루도 눈에 띄었다. 관사는 흰색 외벽에 천장이 높은 네모형의 단층 건물로 수수한 편이었다. 관사 안 회담장 공간은 큰 쇼파 두세트가 있고, 카다피는 양 중간 상석에 앉아 있었다.

카다피 키는 175㎝ 정도로, 복장은 황금색 아라비안 가트(리비아 전통의상)에 밤색 차도르, 검은색 따기야(우리나라 빵모자처럼 생긴 것)이었다. 다소 피곤하고 지친 기색이었다. 피부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환담 중간에 휴지로 수시로 이마 땀 훔치기도 해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배석한 한국 외교관은 “한 총리 예방 직전에 토고 대통령을 영접해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카다피 뒤에는 면바지에 반팔 남팡 차림의 건장한 경호원 4명이 2열로 서서 회담 내내 카다피를 밀착 경호했다. 한 총리는 카다피 쪽에서 보면 왼쪽 긴 소파 제일 앞쪽에 앉고 그 옆으로 추병직 건교장관, 유명환 차관, 마영삼 외교부 아중동 국장, 이남수 주리비아 대사 등 순으로 5명 배석했다. 반대편은 리비아 쪽 관계장관 5명 나란히 앉았다.

2분 정도 소요된 모두 발언 끝나고, 기자들은 10m 가량 떨어진 문밖으로 나와 대기했다. 밖에도 경호원 10여명이 도열해 기자단을 감시했다.


회담 중간에 사진기자들 들어오게 해, 지도 펴놓고 파이프라인 긋는 장면 공개했다. 이때 카다피는 상석 의자에 앉아있고, 한 총리는 서서 지도 내려다 봤다. 외교적으로는 결례라는 지적을 받을 장면이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5성급 알카비르호텔 1층 로비 전면에 걸려 있는 카다피 국가원수의 대형 사진. 개방 3년째인 리비아는 공공장소마다 카다피의 사진과 상징물이 내걸려 아직 ‘1인 체제’의 통제사회임을 느끼게 한다. 트리폴리/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모두발언에서 카다피는 “환영한다. 초청에 응해 방문해줘서 고맙다”며 “우리 친구 노무현 대통령도 안녕하신가요?”하고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한국 총리로서 처음 방문하게 돼 기쁘다. 환대해줘 감사한다. 노 대통령도 관심 굉장히 갖고 있다. 친서와 함께 안부 꼭 전해달라고 하셨다”며 일어나서 흰색 봉투에 담긴 친서를 전달했다.

카다피는 그 자리에서 친서를 개봉해 활짝 웃으며 꼼꼼하게 읽어내려갔다.

이후 기자단은 퇴장했다. 회담내내 회담장 현관문 열어놓아 기자단은 대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카다피는 가끔 한 총리 쪽으로 오른손으로 턱을 괸 채 몸을 기울여 진지하게 얘기하는 등 관심을 표명했다.

카다피는 1시간 가량의 회담이 끝난 뒤 저녁 8시30분께 문밖으로 나와 총리 일행을 배웅했다. 그는 한 총리와 13초 동안 진지하게 악수를 나눈 뒤 차가 떠날 때까지 서서 손을 흔들었다.

총리 일행은 들어가는 게이트와 나가는 게이트가 달랐다. 나오는 도중 경호원이 어디에선가 멈춘 뒤 “미군 폭격현장”이라고 소개했다. 그 곳에는 카다피 사진, 전투기 모형, 여기저기 흩어진 슬레이트 조각들이 있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에 리비아가 많이 배려한 것 같다. 우리쪽 배석요청 인원 모두 받아들였다. 기자단도 처음 2명밖에 안된다고 했다가 막판 6명까지 늘려줬다. 한 총리 일정 예정대로 다 하고 만나자고 하더라. 그래서 그시간 만나게 된 것이다. 배려 차원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예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면담 10분 전에 통보받은 것에 비하면 한 총리는 2시간 전에 구체적 장소와 시간 통보받았고, 면담 성사가 확실하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전에 통보를 받아 ‘특별 대우’를 받았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리폴리/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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