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이끌고 있는 하산 나스랄라는 22일 이스라엘의 위협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레바논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헤즈볼라의 무장을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이날 헤즈볼라 거점인 베이루트 남부 외곽에서 열린 대규모 승전 집회에 참석해 한 연설을 통해 푸아드 시니오라 총리의 현 레바논 정부는 허약해 이스라엘의 위협으로부터 레바논을 지킬 수 없다며 그같이 말했다.
나스랄라가 대중집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7월12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공격으로 이스라엘 군이 레바논을 침공해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이다.
나스랄라는 그동안 이스라엘의 암살 공격을 피해 은신한 채 이스라엘에 대한 헤즈볼라의 싸움을 지휘하면서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알-마나르 TV와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 등 극소수 언론매체를 통해서만 자신의 입장을 밝혀왔다.
나스랄라는 이날 집회에서 "눈물로는 안보를 지킬 수 없다"며 전쟁 중 수차례 눈물을 흘려가며 이스라엘 침공을 막아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한 시니오라 총리를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헤즈볼라는 지금도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는 2만 발의 로켓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스랄라는 자위력이 없는 시니오라 총리 정부 하에서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는 이스라엘이 언제든 레바논을 침공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꼴이라며 헤즈볼라의 무장해제 가능성을 일축하고 새로운 국민통합 정부 구성을 촉구했다.
그는 또 레바논에 배치되고 있는 유엔 평화유지군(UNIFIL)이나 레바논 군이 헤즈볼라의 무장을 해제시키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엔군이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시도할 경우 저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스랄라는 "승리의 시대가 시작되고, 패배의 시대는 갔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8월14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을 가져온 유엔 안보리 결의(1701호)를 근거로 헤즈볼라의 무장해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스라엘의 향후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 마크 레게브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유엔 결의 대로라면 헤즈볼라가 로켓을 보유해선 안된다"며 나스랄라의 이날 발언을 분석해 적절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스랄라는 이스라엘 침공을 유발한 납치 병사 2명의 석방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레바논인 재소자들과의 교환석방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스라엘 병사를 석방하지 않겠다고 종전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레바논 전국에서 몰려든 헤즈볼라 지지자 수만 명이 참가한 이날 집회는 축제 분위기로 치러졌다고 전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헤즈볼라 깃발과 레바논 국기를 흔들면서 나스랄라의 연설에 환호했다.
집회에 참석한 알리 사하르는 "그동안 모든 사람들이 이스라엘 군을 무적군대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우리는 오늘 헤즈볼라의 승리를 공식 선언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나스랄라가 참석할 경우 이스라엘의 암살공격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의 승전 집회를 하루 앞둔 21일 이스라엘 채널 10 방송 회견에서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한 작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었다.
현지 관측통들은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우려해 군중집회에 참석한 나스랄라를 공격하지 못했지만 나스랄라의 소재추적 단서가 드러난 만큼 그에 대한 암살공격이 단행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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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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