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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7 18:59 수정 : 2006.12.19 15:40

‘무선거국’ 아랍에미리트 첫 선거실시
‘내용없이 민주주의 생색만’ 우려도


지금도 왕과 토후들이 통치하는 곳, 걸프지역에 민주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이 16일(이하 현지시각) 첫 선거를 실시해 민주화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민주화 시계, 느리지만 간다=“누구한테 표를 던져야 할지 고민하다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6월 총선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쿠웨이트 여성 타이바 사데크는 <알자지라>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섭씨 47도의 무더위 속에서 총선이 치러졌지만 투표율이 80%를 기록할 정도로 여성 참정권이 처음 주어진 선거의 참여 열기는 대단했다.

걸프국가 중 유일한 ‘무선거국’이었던 아랍에미리트는 16일 40명으로 구성되는 연방국가위원회 선거를 치렀다. 이 선거에는 여성 65명을 포함해 450명이 출마해 여성 1명이 당선됐다.

올해 실시된 바레인 선거도 민주주의를 앞당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2년 처음 실시된 바레인 선거는 야권의 보이코트로 반쪽이 됐었다. 하지만 지난달 총선에서는 야권이 40석 중 17석을 차지했고, 걸프지역 최초의 여성 의원도 탄생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소외받던 시아파가 사상 최초로 부총리에 임명됐다. 지난해 지방자치선거 형식으로 첫 선거를 실시한 절대왕정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또다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내무장관인 나예프 빈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왕자는 2009년 여성 참정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16일 아랍에미리트연합 사상 처음 실시된 선거에서 수도 아부다비의 유권자들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아부다비/AP 연합

무늬만 민주주의 벗어날까?=아랍에미리트를 끝으로 모든 걸프 국가들이 선거제도를 마련했지만, 내용은 부실하다. 아랍에미리트 선거는 인구의 1%도 안 되는 6700여명한테만 투표권이 주어진다. 또 연방국가위원회는 입법권은 없고 국정 자문만 한다.

걸프 국가들에서는 입법권을 지닌 의회가 있어도, 내각은 왕실 구성원이나 측근들로 구성하는 게 보통이다. 정당은 허용되지 않고, 의석의 일정 부분은 국왕이나 정부가 임명권을 쥔 경우가 많다. 선출직으로 구성된 의회의 결정을 비선출직으로 구성되는 국왕의 자문기구가 무효화할 수 있다.

이 지역 민주주의가 대체로 생색만 내는 수준에 그치는 것은, 안팎의 압력과 비판 때문에 마지 못해 실시하는 개혁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속에서 민주화에 가장 앞서가고 있는 쿠웨이트는 주변국 왕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쿠웨이트 의회는 1월 병약한 왕세자의 왕위 등극을 반대하는 결의를 내 왕세제이던 현 국왕이 즉위하게 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때문에 쿠웨이트가 실질적인 의미에서 이 지역 첫 입헌군주정 시대를 열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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