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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31 09:21 수정 : 2006.12.31 17:31

이라크 국영 TV가 방영한 후세인 사형 집행 직전의 장면. (AP=연합)

사형전 복면 거부…교수형 뒤 목 부러져

아직 동이 트기도 전인 30일 오전 6시께(현지시간).

검은색 긴 코트에 하얀 셔츠를 받쳐입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전 대통령이 사형 집행관들로 보이는 남자 3∼4명에게 팔을 붙잡혀 좁고 낡은 형장으로 끌려왔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을까.

그는 전날 밤 잠을 잘 자지 못한 듯 부스스한 얼굴에 턱수염은 더부룩했고 재판정에 등장했을 때 볼 수 있었던 단정히 빗어넘긴 머리대신 약간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모습이었다.

긴장되고 초조한 표정을 감추려고 애써 태연하려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팔이 뒤로 묶여 뒤뚱거리며 형장에 끌려오는 그의 어리둥절한 표정에서 공포에 휩싸였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한때 서방에 맞서며 중동을 호령하던 `제왕'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저 죽음 앞에서 겁먹은 인간의 초라함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를 끌고 오는 사형 집행관들은 점퍼에 눈과 입만 뚫린 복면 차림이어서 공포감을 더했다.

후세인의 오른쪽에 서 있던 사형 집행관은 올가미를 걸기 전 후세인에게 검은 두건을 쓰길 권했지만 후세인은 이를 거부했다.


이라크에선 보통 사형 집행전 사형수에게 복면을 씌우는 데 후세인은 두건을 거부함으로써 마지막 자존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왼쪽의 사형 집행관은 후세인과 잠시 말을 주고 받았고 머리에 씌우려던 두건을 말아 후세인의 목에 감았다.

사형 직후 하얀 천에 싸인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빌라디 TV 촬영. (AP=연합)
후세인은 붉은 철제 난간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굵은 올가미가 그의 목을 감았다. 사형 참관자에 따르면 발판이 꺼지고 후세인은 교수대에 매달려 10분만에 숨을 거뒀다.

사형 집행 뒤 공개된 후세인은 눈을 감은 채 목 윗부분을 빼고 온 몸이 흰천으로 둘러싸였고 목이 부러진 탓에 고개는 힘없이 오른쪽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왼쪽 광대뼈 부근엔 피멍으로 보이는 상처가 남았다.

이 날은 공교롭게도 무슬림이 아브라함을 제사를 답습해 양을 죽여 알라에게 바치는 의식을 치르는 최대 축제인 `희생제'의 시작일.

이라크 정부와 미국은 양 대신 후세인을 축제의 제물로 삼았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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