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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 근처 빌린 마을에 설치된 이스라엘의 분리장벽. 장벽 너머 언덕 위로 유대인 정착촌이 보인다. 모두 700킬로미터에 이르는 분리장벽은 유대인 정착촌과 팔레스타인 주민 지역을 분리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건설한 것이다. 군사점령 지역 안에서 정착촌을 짓고 분리장벽을 세우는 것은 모두 국제법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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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에서 온 편지] ① 국제법 위반 ‘유대인 장벽’ 맞선 시위대 향해 총탄
빌르린으로 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에 있는 이 작은 시골 마을로 가는 길에는 팔레스타인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전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굽이치는 산등성이, 거칠고 메말라 보이는 높고 낮은 산, 바위들 틈에서 자라는 이름 모를 초목들, 그리고 수많은 올리브 나무 밭.
우뚝 솟은 정착촌 주택들 자연 거스른 교만의 상징
지난달 19일. 일찍부터 서두른 탓인지 빌르린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이었다. 이곳에서는 매주 금요일 이스라엘의 분리장벽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다. 동네 입구에 서 있으니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가까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시위대는 70~80명 정도로 팔레스타인 사람과 외국인들이 거의 반반이었다. 신문기자, 방송기자들도 많았다. 이들에 끼어 분리장벽에 이르니 이스라엘 군인들이 장갑차 등을 동원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었다. 방탄조끼와 얼굴 마스크, 장총으로 무장했다.
장벽은 이중으로 돼 있었다. 정착촌 쪽에 철조망을 치고 길을 건너 다시 철조망 장벽이 있었다. 산 정상에 우뚝 솟은 유대인 정착촌의 세련된 연립주택들이 얼마나 느닷없고 생뚱맞은지 자연을 거스르는 교만의 상징으로, 이보다 더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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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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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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