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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 앞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숨진 윤장호 병장의 어머니(오른쪽)가 서울시 강서구 자택에서 윤 병장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뒤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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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한국군 1명 사망…유족들 표정
아버지 “위험한 지역이라 말렸는데”
27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숨진 윤장호 병장의 아버지 윤희철(65)씨는 아들의 사망을 믿을 수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ㅇ아파트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난 윤씨는 “저녁 7시께 아들이 근무하는 부대에서 ‘집을 방문해 상황을 설명하겠다’는 전화가 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직감했지만 이런 사고일 줄은 몰랐다”며 비통해했다.
윤씨는 이날 저녁 8시께 집을 찾아 온 윤홍규 합참 인사부장(준장)에게 “눈앞이 캄캄할 뿐”이라며 “테러로 숨진 한 사람이 왜 내 아들이어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제대를 불과 석 달 앞두고 있어 몸 건강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며 “제대하면 모처럼 가족 모두가 함께 모여 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윤 병장의 어머니 이창희(59)씨는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통곡했다.
윤 병장은 14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초·중·고교를 마친 뒤 인디애나주의 한 사립대학을 졸업하고 2005년 군 입대를 위해 입국했다.
2005년 5월 특전사에 입대한 윤 병장은 통역전문병으로 근무하다 통역 경험을 쌓고 사회에 도움이 되겠다며 아프가니스탄 근무에 자원했다.
아버지 윤씨는 “위험한 지역이라 말렸는데 아들의 뜻이 워낙 완고해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곳에 가서도 전화와 편지, 인터넷으로 잘 있다는 연락을 종종 해 왔다”고 말했다.
2남1녀 중 막내인 윤 병장은 유학 중에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학비를 벌 정도로 자립심이 강했다고 아버지 윤씨는 전했다. 윤씨는 “장호가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유학 중에 한국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며 “군 입대를 위해 귀국할 때까지 단 한번도 한국 땅을 밟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숨진 윤장호 병장은…‘테러와 전쟁’에 파병된 한국군 첫 희생자
미국서 중학~대학생활 지난해 9월 통역병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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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이 주둔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 앞에서 27일 현지 테러단체의 자살폭탄테러로 사망한 다산부대 윤장호 병장(27·통역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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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윤장호 병장은 ‘테러와의 전쟁’에 파병된 한국군 가운데 폭탄 테러로 숨진 첫 희생자다. 윤 병장은 14년 전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나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고교 졸업 뒤 인디애나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군 입대를 위해 귀국해 투자회사에 다니다 6월 입대해 특전사 정보처 요원으로 근무했다. 근무 중 지난해 9월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자원해 다산부대 8진으로 바그람 기지로 떠났다. 윤 병장과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은 그를 ‘늘 환하게 웃던 분위기 메이커’로 기억했다. 고윤석 다산부대 민사장교(소령)는 “힘든 가정환경에도 대학까지 다닐 수 있도록 해주신 부모님께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돌이켰다. 그와 함께 통역병으로 근무해온 김성열 상병은 “활발한 성격으로 주변을 기쁘게 했던 좋은 선임병이었다”고 말했다. 토목중대 2소대장 김성열 하사는 “오늘 아침에 잘 갔다 오겠다고 나가던 밝은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나 믿기지 않는 현실”이라고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손원제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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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윤장호 병장의 사진을 들고 한 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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