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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2 21:11 수정 : 2005.01.12 21:11

■ ‘가디언’ 현지르포 실어

귀향주민 90% 발길 돌려>

미 공세뒤 두달…폐허속 개떼만 몰려다녀
주민들 수색작업 시아파 보안군에 적개심

지난해 11월8일 미군이 대대적인 탈환작전을 벌였던 이라크 저항세력 거점도시 팔루자가 그로부터 두달여가 지난 지금껏 폐허인 채로 방치돼 있으며, 도처에 주검이 널려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1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날 현지에서 자사 영상팀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이라크 의사이자 언론인인 알리 파딜이 보낸 장문의 기고문을 실었다. 지난달 25일 우여곡절 끝에 팔루자 진입에 성공한 파딜의 기고문을 요약 정리한다.

유령의 도시=전기와 수도는 여전히 끊겨 있고, 오염된 하수는 도처에 넘쳐 난다. 앞으로 3주 안에 이곳에서 선거가 치러지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30여만명에 이르는 팔루자 주민들은 미군의 공세가 시작되기 전 대부분 피난을 떠났다가 지난달 23일부터 일부가 미군의 허가를 받아 도시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유령의 도시’로 변해버린 고향땅에서 그들을 맞아준 건 폭격으로 산산히 파괴된 건물더미와 주검을 뜯어먹고 사는 광견병에 걸린 개떼였다.

현대식 도시였던 팔루자는 미군의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돼 제대로 남아있는 게 없다. 폐허로 변해버린 시내 중심가를 돌아다녀 봤지만, 사람이 살만한 건물은 단 한채도 남아 있지 않았다. 미군은 여전히 시내 곳곳을 봉쇄한 채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고, 죽은 개들의 주검이 도처에 널려 있다. 전쟁 전 인파로 발디딜 틈도 없었던 시장 어귀의 상점들 안에선 숨진 주민과 저항세력의 주검이 썩어가고 있다.

우연히 들렸던 공동묘지 부근의 한 집에도 썩어들어가고 있는 저항세력의 주검이 널려 있어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저항세력이 머무르던 집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괴됐지만, 총알 자국이 거의 없는 집에서도 심하게 훼손된 주검들 쉽게 발견됐다.

시내 들머리에서 만난 팔루자 출신 난민들은 저항세력과 그들을 부추긴 일부 이슬람 성직자들을 비난했지만, 시내에 마련된 저항세력 집단 매장지 어귀에는 미군에 맞서 영웅적으로 싸우다 간 순교자들에게 팔루자 주민들이 바치는 무덤이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저항세력 1200명을 사살했다던 미군의 발표와 달리 이곳에 묻힌 이들은 76명에 불과했다. 의사를 꿈꾸던 18살 소년과 고향땅을 등지지 못해 침대에 누운 채로 20여발의 총알세례를 받은 여성도 그곳에 묻혀 있다.


주민들은 미군에 대한 분노보다 그들의 명령에 따라 수색작업에 동원됐던 이라크 보안군에 대한 적개심을 더 극명하게 드러냈다. 대부분 가난한 남부 시아파 출신인 보안군들은 팔루자에서 ‘이교도’로 불리며, 암살의 표적이 되고 있었다. 미군은 팔루자를 파괴했지만, 저항세력은 이라크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시아파 출신 보안군을 동원해 수니파 주민을 탄압함으로써 오히려 이라크에서 내전 가능성만 높여놨다.

30만 주민 중 8천여명만 돌아와=한편, 〈에이피통신〉은 11일 “미군의 대공세 이후 팔루자 주민 30여만명 가운데 팔루자로 귀환해 시내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은 8500여명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제니퍼 패거니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대변인의 말을 따 “8만5천여명의 주민이 자신들의 집을 살펴보기 위해 돌아갔지만, 이들 가운데 단 10%만이 계속 머무르기로 결정한 셈”이라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아라위 총리 “선거 불가능 지역 있다”

치안불안과 저항세력의 공세로 이라크 일부지역에선 오는 30일로 예정된 선거를 치를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가 처음으로 시인했다고 〈에이피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알라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를 방해하려는 적대세력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선 선거참여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선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시정부는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지역의 부족 및 종교 지도자들과 접촉해 선거에 참여하도록 설득하고 있다”며 “앞으로 2주 안에 선거 실시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도 두차례 폭탄공격이 벌어져 적어도 16명이 숨지는 등 이라크 전역에서 크고작은 유혈·폭력사태가 이어졌다. 이달 들어서만 저항세력의 공세로 인한 사망자는 이라크 경찰 및 보안군을 중심으로 100명을 넘어섰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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