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이란·인도 견제 위해 아프간 탈레반 지원
미국엔 파키스탄이 전략 거점…잃으면 반미 벨트화
빈라덴 사살 후 미국-파키스탄 애증관계 더욱 증폭
“파키스탄이 알카에다에 대한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파키스탄을 폭격해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겠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지 이틀 뒤 리처드 아미티지 당시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워싱턴을 방문중인 마무드 아메드 파키스탄 정보부(ISI) 부장을 불러놓고 을러댔다. 아메드는 탈레반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을 반대하고, 탈레반 관리들을 매수해 오사마 빈라덴을 넘겨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아미티지의 최후통첩 몇시간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본국에 있던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군정 수장은 내부의 반대를 물리치고 탈레반 공격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무샤라프는 한달 뒤 아메드를 정보부장에서 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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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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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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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정부로서는 아프간 탈레반에 대한 미군의 공격에는 소극적으로 임하면서도, 자국 탈레반과는 적극적인 전쟁을 벌이는 복잡한 사태에 처해 있다. 파키스탄의 이중 게임은 사실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30년 이상이나 계속되는 아프간 전쟁이 남긴 복잡한 유산인 셈이다. 미국은 더 큰 딜레마에 빠져 있다. 알카에다 소탕을 위해 이 지역에서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이슬람주의 세력을 자극하지만, 철수할 경우 아프간은 물론이고 파키스탄도 미국의 통제권에서 벗어날 우려가 있다. 아프간-파키스탄(아프팍)을 잃으면 이란부터 파키스탄까지 ‘반미 이슬람 벨트’가 된다. 이는 걸프만과 아라비아해의 전략적 통제권 상실로 이어진다. 석유자원의 또다른 보고인 중앙아시아로 들어가는 접근도 봉쇄된다. 더구나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가진 이슬람 대국이다. 역설적으로, 아프간 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에게 아프팍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과 파키스탄이 서로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애증관계는 오사마 빈라덴 사살 이후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는 빈라덴 이후 이슬람주의 세력의 향방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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