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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수호’ 책임감에 평범한 젊은이들 전사로
자살폭탄 대부분 저항세력 10%남짓 외국출신
1년새 500여건 공격…5~6월에만 1400명 숨져
“이라크전이 평범한 아랍 젊은이들을 ‘테러리스트’로 만들어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이스라엘의 한 연구소가 각각 이라크의 ‘외국인 무장세력’에 대해 조사한 결과, 테러나 이슬람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던 중동지역의 아랍 젊은이들이 이라크전을 계기로 급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국 일간 <보스턴글로브>가 17일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의 조사는 이라크에 입국하려다 사우디에서 체포된 300여명과 40여명의 자살폭탄 공격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조사를 이끈 나와프 오바이드는 이슬람주의에 관심이 없던 젊은이들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이교도들을 아랍인들의 땅에서 몰아내자”는 요구에 호응해 저항세력으로 변신했다고 분석했다. 오바이드는 “젊은이들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서 이라크 전쟁의 이미지를 보면서 이라크로 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9·11 동시테러를 율법 위반이라고 비난한 많은 이슬람 성직자들도 이라크 저항공격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에 맞서는 방어적 성격이기 때문에 코란에 의해 정당화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헤르즐리야국제연구센터도 이라크에서 싸운 154명의 외국인 무장세력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은 이라크로 가기 전까지 테러 활동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들 중 6명만이 아버지가 아프간에서 소련에 맞서 싸웠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 연구를 맡은 류벤 파즈는 “많은 아랍인들은 이라크전을 이슬람과 아랍 문화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여기고 있다”며 “미국 대중들은 이라크전이 아랍 세계 전체에 얼마나 엄청난 영향을 끼쳤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라크에서 급증하고 있는 자살폭탄 공격의 대부분은 저항세력 중 10% 정도로 추산되는 외국 출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년 동안 500건이 넘는 자살폭탄 공격이 일어났으며, 지난 5·6월에만 자살폭탄 공격으로 1400여명이 숨졌다고 <에이피통신>이 집계했다. 이달에는 상황이 한층 심각해져 지난 15~17일 3일 동안에만 150명이 자살폭탄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바그다드에서는 15일 하루 동안 12건이나 일어나 최소 32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으며, 16일에는 바그다드 남쪽 무사이브의 시아파 모스크 근처 주유소에서 폭탄을 몸에 두른 남자가 자폭해 98명이 숨지는 참사가 잇따랐다.
미국 뉴아메리칸재단의 테러리즘 전문가인 피터 버건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벌이고 있는 행동이 테러리스트의 규모를 계속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저항공격에 참여했던 아랍 전역의 ‘전우’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해당 나라들까지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의 왕립국제문제연구소도 7·7 런던테러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이라크전이 테러리스트들을 부추겼고 영국을 공격에 취약하게 만들었다”면서, 특히 동등한 결정자가 아니라 뒷자리에 앉는 식으로 미국을 따르는 영국의 대테러전략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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