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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군 헬리콥터 한 대가 누전으로 불이 난 이라크 바그다드 도심 시장 상공을 날고 있다. 바그다드/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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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 잇단 테러에 시아파 지도부 불만 고조 헌법초안위 수니파 위원 3명 괴한에 피습 사망
“이라크는 내전으로 빠져들고 있는가?”
지난주말 자살폭탄 공격으로 150명이 숨지는 유혈사태가 난 뒤 음울한 질문이 이라크를 떠돌고 있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알 시스타니는 18일 “이라크가 ‘대량학살 전쟁’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고 그를 만난 압딜 압둘 마디 부통령이 전했다. 이라크인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의 지도자인 시스타니는 이라크 정국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이라크의 내전 위험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자살폭탄 공격의 주요 희생자가 되고 있는 시아파 지도자들 사이에서 강경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스타니의 측근이자 제헌의회 의원인 셰이크 잘랄 알 사기르는 “시아파에 대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수니파의 무분별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유혈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미군이나 정부군이 치안을 확보하지 못하자 주민들은 종파·지역별로 자체 민병대를 조직해 치안 유지에 나서고 있어 수니시아파 사이의 내전 위험을 더욱 높이고 있다. 시아파의 쿠다이르 알 쿠자이 의원은 지난 17일 의회 연설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민병대를 조직해 마을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로이터통신>과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등은 이미 바그다드의 여러 지역에서 이웃끼리 민병대를 결성해 마을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무장한 채 순찰을 도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그다드 남부 사디야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결성한 민병대원들이 권총과 아카보 소총으로 무장한 채 밤부터 새벽까지 순찰을 돌고 있으며, 이라크군의 허가증도 갖고 있다.
시아파 민병대와 수니파 사이의 갈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높아져 있는 상태다. 이라크 내무부 소속 민병조직인 ‘경찰특공대’, 시아파의 바드르민병대와 울프여단, 쿠르드족의 페슈메르가 등이 사실상 치안을 맡고 있으나, 무슬림학자연합 등 수니파 조직들은 이들이 수니파들을 집중 체포·구금해 고문 등 잔학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한편, 이라크의 새 헌법 초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헌법초안위원회의 수니파 위원 3명이 19일 바그다드 중심부에서 살해됐다고 이라크 경찰 소식통들이 밝혔다. 미즈빌 이사 등 수니파 위원들은 이라크 중심부 카라다의 한 식당을 나서던 중 차를 타고 가던 괴한들로부터 총격을 받고 숨졌다. 이번 공격으로 정국 안정을 위해 저항세력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는 수니파를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헌법초안위원회는 다음달 15일까지 이라크 새 헌법 초안 마련을 위해 71명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수니파에서도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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