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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1 18:17 수정 : 2005.08.01 23:47

미국-이슬람 사이 ‘불안한 줄타기’ 전망 빈부 격차·경제침체 해결과제

이슬람 발상지이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23년 동안 다스려 온 파드 국왕의 사망 이후 사우디의 향방에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로선 파드 국왕이 병석에 누워 있던 지난 10여년 동안 실질적으로 통치권을 행사해 온 압둘라 왕세제가 곧바로 새 국왕에 지명돼 에너지 정책이나 대미관계 등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압둘라 국왕은 그동안 미국과 비교적 안정된 관계를 유지하면서 에너지나 대테러 정책에서 미국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새 국왕인 압둘라 역시 81살의 고령이고, 권력을 둘러싸고 이복형제들의 견제도 예상돼 불안 요소도 만만찮다. 이를 의식한 듯 사우디 왕가는 국왕 타계 소식과 동시에 새 국왕과 차기 왕위 계승자를 발표해 권력암투 가능성 차단에 나섰다.

개혁주의 대 이슬람주의=최근 사우디는 압둘라 새 국왕이 대표하는 조심스런 개혁주의 노선과 내무장관 나이프 왕자가 대표하는 보수적 이슬람주의 노선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벌여 왔다.

압둘라는 알카에다 등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소탕작전을 지휘하고, 내부 개혁세력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왕위를 계승하면 왕족 부패 해결과 정치·사회제도에 대한 개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고 파드 국왕의 친형제들인 술탄 새 왕세제, 나이프 내무장관 등은 이복형제인 압둘라를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나이프 왕자는 공공연히 보수 이슬람주의자들을 지지하고, 지하드(성전)를 찬양한다. 단기적으로는 압둘라 국왕이 권력을 무난히 승계하겠지만, 그가 개혁에 나서면 군과 경찰을 장악한 이복형제들이 그를 몰아내기 위해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한 전망이 계속되는 이유다.

미국과 관계 어떻게 되나=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동맹국으로 사실상 미국의 군사력에 의지하고 있는 사우디에서 지난 몇년 동안 이슬람주의가 급격히 확산된 것은 사우디의 미래를 결정지을 최대 변수다.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은 사우디를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10년 넘게 대규모 군대를 사우디에 주둔시켰고, 이는 국내 이슬람주의 세력의 엄청난 분노를 일으켰다. 80년대 미국과 사우디, 파키스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과 싸웠던 오사마 빈라덴 등 사우디 출신 무장세력들은 이후 공격의 화살을 돌려 사우디 왕가 전복을 다짐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으로 사우디 안 이슬람주의자들의 반미·반왕정 무장투쟁은 더욱 거세졌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반미 감정과 왕정 체제에 대한 도전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압둘라 새 국왕이 국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과 점점 더 거리를 두는 정책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아랍 부족주의와 와하비즘(순수한 이슬람정신으로 돌아가자는 보수주의)이 결합해 세워진 사우디는 모든 권력이 왕가에 집중돼 있으며, 왕족들의 호화로운 생활과는 대조적으로 커져가는 빈부격차와 경제침체로 고생하는 빈민층과 실업자들이 이슬람주의에 급속히 기울고 있다. 1970년대에 2만6000달러 수준이던 1인당 국민소득은 최근 8000달러대로 떨어졌다.

사우디는 전세계 원유 확인 매장량의 25%인 2628억배럴을 갖고 있어 사실상 세계 원유 공급을 좌우하고 있다. 정정 불안으로 원유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면 국제유가는 단숨에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민희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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