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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5 19:42 수정 : 2005.08.15 22:30

유대인 정착민 “못떠난다” 항의 이스라엘의 가자 철수가 시작된 15일 새벽 가자지구 남부 구시 카티프 지역의 네브 데칼림 정착촌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마을로 들어오려는 이스라엘군 차량을 막아선 채 정부에 항의하고 있다. 네브 데칼림/AP 연합

이스라엘, 가자지구 정착촌에 ‘퇴거 권고장’
무장단체 하마스 감사 기도회… 지하드 축포
정착민 절반 이상 명령거부 곳곳 군과 마찰


이스라엘이 지난 38년 동안 점령해온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정착촌에서 15일 공식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은 정착촌을 돌며 퇴거권고장을 나눠줬고, 이스라엘에서 가자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폐쇄된 채 “가자지구 진입은 불법”이라는 팻말이 내걸렸다.

그러나, 철수시한인 14일 자정을 넘긴 뒤에도 철수 대상 정착민 중 50~60%가 정부의 명령을 거부한 채 정착촌에 남았으며, 일부 정착민과 이스라엘군이 곳곳에서 충돌하는 등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아에프페통신> 등이 전했다.

가자 남부 구시 카티프에 있는 최대 정착촌 네브 데칼림에서는 주민 수백명이 시위를 벌이며 마을 입구에 타이어를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이들은 이스라엘군 차량의 타이어를 칼로 파손하고 취재진을 폭행하기도 했다. 남부의 라피야 얌 정착촌 등에서는 주민들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아무 것도 남겨줄 수 없다’며 집과 차량, 창고, 올리브 나무 등에 불을 지르는 모습이 목격됐다.

모라그와 엘레이 시아니 등 소규모 정착촌 주민 상당수는 이미 짐을 싸 이스라엘 내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방침에 따라 철수한 정착민들은 가구당 20만~40만달러(2억~4억)의 이주보상비를 받는다.

이스라엘군은 15∼16일 자발적 철수를 설득하는 유예기간을 거쳐 17일부터 강제 철거작전에 돌입한다. 댄 할루츠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17일 전까지 정착민 중 50% 정도만 철수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5천여명의 우익 운동가들이 구시 카티프 등에 잠입해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14일 비판했다.

남은 정착민들은 대부분 ‘소극적’ 저항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익 운동가들이 이스라엘군과 격렬하게 충돌하며 유혈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아리엘 샤론 총리는 15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정착민들이 자발적으로 떠나도록 촉구하고, 이스라엘의 국가적 단결을 강조할 예정이다.

철수작전을 담당할 5만5천명의 이스라엘군을 수송하는 차량들이 계속 가자로 들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과연 정착민들을 향해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을지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7500여명의 팔레스타인 보안군도 이스라엘 정착민을 향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공격을 막기 위해 정착촌 주변에 배치됐다.


팔레스타인은 축제 분위기로 들뜨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수천개의 깃발을 가자지구 곳곳에 내걸었다. 무장단체 하마스는 14일 밤 가자 시티의 모스크에서 감사 기도회를 열었다. 무장단체 이슬람 지하드 지지자 수백명도 가자 시티에서 축포를 쏘아대며 축하행사를 열었다. 모라그 정착촌 근처 칸 유니스에 사는 팔레스타인 농민 지야드 사타리(40)는 <에이피통신>에 “그들이 정말로 떠나고 있다”며 “누가 생각이나 했었느냐”고 감격해 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평화 출발선인가 분쟁 2막 도화선인가

가자 철수 의미·전망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정착촌 철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중요한 분수령이다. 중동평화를 향한 실마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구 1% 미만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가자 전체의 25%를 차지하고, 이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곳곳에 검문소를 세워 팔레스타인인들의 이동을 가로막던 상황도 개선되게 됐다.

그러나 이번 철수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과 이스라엘과의 공존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팔레스타인 정부와 무장세력들은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의 정착촌 철수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스라엘 쪽은 가자 철수는 훨씬 더 중요한 서안과 동예루살렘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가자 넓이의 15배에 이르는 서안 곳곳에는 120여개의 이스라엘 정착촌이 굳게 버티고 있다. 높다란 콘크리트 분리장벽까지 있다.

따라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서안과 가자를 모두 아우르는 독립국가를 세우고자 하는 팔레스타인과 서안에 대한 지배 의지를 밝혀온 이스라엘에 이번 철수는 ‘분쟁의 2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또 가자지구 패권을 둘러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무장단체 하마스의 갈등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은 평화협상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자치정부가 하마스 등을 무장해제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로서도 최근 지방선거에서 약진한 하마스는 막강한 경쟁상대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는 무장봉기(인티파다)를 주도하고 빈곤층들을 대상으로 구호시설을 운영하며 민심을 얻어왔다.

눈여겨 볼 것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영공, 해상과 국경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은 점이다. 필요할 경우 언제든 군대를 재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놓은 셈이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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