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학생 등 141명 사망
어린이 학살 탈레반 등장 이후 처음
탈레반 “군 소탕작전에 대한 보복”
군-이슬람 세력 긴장 높아질듯
16일 파키스탄 페샤와르의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 141명이 사망하고 124명이 부상당한 탈레반의 끔찍한 테러공격 사건은 파키스탄에서 탈레반과 관련해 일어난 최악의 유혈사태 중 하나로 기록되게 됐다. 이번 학살은 파키스탄에서 군과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간의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파키스탄을 위기로 몰고 갈 것으로 보인다.
■ 배경 파키스탄 탈레반이 자행한 이번 학생 학살 사건은 지난 6월부터 강화된 파키스탄군의 탈레반 소탕작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파키스탄군은 6월 이후 북와지리스탄에서 탈레반 등 반정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인 ‘자르브에아자브’ 작전을 펼쳐왔다. 이 작전으로 파키스탄 탈레반 등 1600명 이상의 무장대원을 사살했다고 군은 공식 발표했다. 이 작전은 파키스탄 탈레반이 파키스탄 내에서 급속히 세력을 얻기 시작한 2007년 이후 파키스탄 당국이 펼친 공세 중 최대 성과를 낸 것으로 군은 자평했다.
파키스탄 탈레반 대변인 무함마드 우마르 코라사니는 “이번 공격은 ‘자르브에아자브’에 대한 복수이고, 군이 탈레반 대원을 죽이고 그 가족을 학대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그는 공격 대상을 이 학교로 선정한 것도 이곳이 군이 운영하는 학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군이 우리(탈레반)의 가족과 여성들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라며 자신들이 어린이와 여성들을 학살한 것도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피의 보복 방식을 밝힌 것이다.
공격을 받은 학교는 군인 자녀들과 민간인 자녀들을 함께 교육시키는 군 운영 학교체계인 ‘군 공립학교 및 대학 시스템’의 일부다. 파키스탄에서는 모두 146곳의 학교가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재학생들의 연령은 10~18살이다.
■ 학살 현장 이번 사건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탈레반이 벌인 최악의 테러로 평가된다. 희생자 수도 최근 몇년 동안 가장 많지만, 어린이들을 상대로 이런 집단적 학살을 의도적으로 저지른 것은 탈레반 등장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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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탈레반은?
탈레반은 1980년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 파키스탄 접경 지역으로 피난간 당시 아프가니스탄 파슈툰 족 젊은이들이 뿌리다. 이들은 접경지대에 설치된 이슬람학교 마드라스에서 파키스탄정보부 등의 지원으로 이슬람주의 교육을 받고는 본국으로 돌아가 소련과 싸웠고, 소련의 아프간 철군 뒤 탈레반을 결성해 정권을 장악했다. 파슈툰족은 파키스탄의 아프간 접경지대인 북서변경주나 연방부족자치지역 내의 다수 민족으로 아프간 탈레반과 민족적·인종적 뿌리가 같다. 따라서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정권을 잡던 1994년께 파키스탄의 북서변경주나 연방부족자치지역에서도 그곳 파슈툰족들이 탈레반 운동을 펼치며 세력을 확장했다.
2001년 9.11테러 뒤 미군의 침공으로 정권이 붕괴된 아프간 탈레반들이 파키스탄 접경지역으로 피신한 뒤 이곳에서는 파키스탄 탈레반 운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미국의 아프간 전쟁이 수렁이 빠지기 시작한 2007년부터 급격히 세력을 확장해, 2009년에는 파키스탄 정부군과 정규전을 벌이는 내전 상태로 까지 치달았다. 2009년 5월에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서쪽으로 불과 100km 떨어진 부네르까지 점령해, 국제적으로 ‘파키스탄 쇼크’를 일으켰다. 이슬람권 최대 국가중 하나인 파키스탄도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에 의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조성한 것이다. 그 후 미국은 아프간 탈레반 등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북서변경주와 연방부족자치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펴도록 파키스탄 정부에 압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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