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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2 18:06 수정 : 2005.10.02 18:06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스페인령 도시 세우타가 만나는 접경지대 무사산의 숲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가기 위해 모여 있던 아프리카인들이 모로코 병사들에게 포위돼 있다. 지난달 29일 1천명 가까운 아프리카인들이 이곳 국경 장벽을 부수고 스페인령 세우타로 넘어가려다 군대와 충돌해 5명이 숨지고 91명이 다쳤다. 세우타/AFP 연합

아프리카인들, 모로코-스페인 국경넘다 ‘충돌’

9월29일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국경 장벽을 부수고 스페인령 세우타로 들어가려던 약 1천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이를 막으려던 모로코, 스페인군과 충돌해 5명이 숨지고 91명이 다쳤다. 목격자들은 <아에프페통신>에 군대가 고무총탄과 최루탄을 발사했다며, 희생자중 한명은 어린 아이라고 말했다.

모로코땅 끝부분 아프리카 최북단에 있는 두 도시 세우타와 멜리야는 15세기부터 스페인의 점령지다. 아프리카 각지에서 몰려든 아프리카인들은 ‘유럽행 꿈’을 안고 이 도시 주변으로 몰려들어 스페인으로 넘어갈 기회를 노린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목숨을 걸고 사하라 사막을 넘어 여기까지 온다. 일부는 이곳에서 이민이나 망명신청을 하지만 거절당한 이들은 불법 이민의 길을 찾아 헤맨다. 스페인 정부는 장벽 높이를 계속 높여 6m나 되는 담을 쌓고 주변에 50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지만 아프리카인들의 장벽넘기는 끊임없이 계속돼 왔다.

이번 사건이 일어날 당시에도 스페인 남부 세비야에서는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와 드리스 제투 모로코 총리가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한 회담을 열고 있었다. 사건이 일어나자 두 나라 정부는 세우타 주변에 더 많은 병력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이웃나라 모로코와 스페인 사이의 최대 현안은 스페인을 향해 끝없이 이어지는 모로코나 다른 아프리카 국가 출신 이민자들의 행렬이다.

모로코인들은 육로로 세우타와 멜리야로 들어가거나 항구도시 탕헤르에서 뱃길로 고작 13㎞만 건너면 ‘스페인 드림’을 만날 수 있다. 유럽연합으로 가는 관문인 스페인으로 떠나는 모로코인은 해마다 3만여명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붙잡혀 수용센터로 보내지거나 강제추방되지만, 이미 모로코 전체 인구 3100만명의 12%에 해당하는 4백만명이 해외에서 살아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민 행렬의 가장 큰 원인은 두 나라의 경제 격차다. 모로코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520달러(2005년 세계은행 집계)로 2만1210달러인 스페인의 약 14분의 1 수준이고, 도시 지역 실업률은 20%에 육박한다. 모로코인들의 평균수명은 스페인인보다 10년이 짧다.

모로코 라바트의 국립통계·경제연구소 메흐디 라흘루 교수는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와 인터뷰에서 “30년 전 스페인과 모로코의 경제수준이 비슷할 때는 이민자들이 별로 없었지만 이제는 경제 격차가 20 대 1로 벌어져 버렸다”고 말했다.

스페인으로선 모로코인들의 이민행렬이 이익이자 위협이다. 스페인인들이 꺼리는 험한 일들을 도맡고 있는 모로코인들은 스페인 경제안정의 발판이자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주범이기도 하다.


모로코로서도 자국민의 대량 국외탈출은 득과 실이 엇갈린다. 해마다 교수·의사·기술자 등 고급인력 3천~5천명이 빠져나감으로써 사회안정과 발전이 크게 위협당하는 것은 우려스럽지만, 이들이 모국에 보내오는 돈은 경제에 큰 보탬이 된다. 국제통화기금(IMF) 발표를 보면, 모로코 이민자들이 본국에 송금하는 돈은 국민총생산의 9%나 된다.

모로코 정부는 이런 딜레마 때문에 불법 이민을 막는 정책을 명확히 세우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누자 체크루니 ‘해외 거주 모로코인 담당 장관’은 “석유도 나지 않는 우리에게 가장 큰 자원이자 가장 가치 있는 수출품은 바로 인적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스페인은 불법 이민을 감행하다 붙잡힌 모로코인들을 24시간 안에 돌려보내는 정책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성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어서 미성년 이민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4년 전 17살 때 스페인에 온 오마르는 이런 정책 덕에 한 이민자 수용센터에서 스페인어와 기술을 배워, 지금은 합법적으로 정원사 노릇을 하고 있다.

체크루니 장관은 “불법이민자를 막기 위해 보안만 강화하면 오히려 불법 이민을 알선하는 마피아가 활개치게 만든다”라며 “(모로코의) 경제발전이 불법 이민을 막는 열쇠”라고 말했다.

윤진, 박민희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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