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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6 18:26 수정 : 2005.10.07 00:00

헌법 국민투표를 앞두고 유혈사태가 이라크 전역을 휩쓸고 있다. 6일 이라크 힐라에서 주민들이 전날 자살폭탄차량 공격으로 부서진 시아파 사원을 살펴보고 있다. 라마단 예배를 위해 신자들이 모여 있을 때 일어난 이 공격으로 최소 25명이 숨지고 87명이 다쳤다. 힐라/AFP 연합

새헌법 통과 땐 이라크-이란-레바논 ‘초승달 지대’ 사우디·영·이란 등 유례없는 외교설전 불꽃 서방 보수파 ‘반미 이란’ 압박용 주장 분석도

15일 이라크 헌법 국민투표를 앞두고 ‘시아파 초승달지대’의 등장을 견제하려는 주변 아랍국들과 서방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새 이라크 헌법 통과로 이라크가 연방제 국가로 사실상 분할되면서 남부 유전지대를 장악한 강력한 시아파 ‘국가’가 등장하고, 이란이 이를 발판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이라크­이란­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세력권이 형성되면서 이 지역의 권력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변 아랍국들을 짓누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인 사우드 알 파이잘 왕자는 최근 “이란이 이라크에 개입하는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으며, 이라크가 분열돼 내전으로 나아가는 심각한 결과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발끈한 바얀 자베르 이라크 내무장관은 3일 “낙타나 타고 다니는 베두인(유목민)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설교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사우디는 먼저 자국 여성들에게 운전을 허용해야 한다. 자국 내 시아파를 2등국민 취급하는 것도 고쳐야 한다”며 사우디를 비난했다.

5일에는 이라크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던 마누셰르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의 사우디 방문이 갑자기 취소됐다.

가시돋친 외교설전에 영국도 가세했다. 영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5일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이라크에서 폭탄공격으로 영국군 8명이 숨진 사건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시아파 저항세력을 지원해 일으킨 것이라고 밝혔다고 <비비시> 등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시아파 단체 ‘메흐디군’에 폭탄기술을 전수했으며, 여기에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의 이슬람주의 단체 헤즈볼라도 개입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미드 레자 아세피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국영 텔레비전에 출연해, 영국의 주장은 “거짓말”이며 “영국이 이라크 불안정과 위기의 원인”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라크 주변의 아랍국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중동 정세를 뒤흔들면서 시아파 국가인 이란에만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여기고 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전통적으로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이란의 라이벌인 터키 역시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꺼린다. 특히, 바레인, 예멘, 쿠웨이트, 사우디 등은 자국내 시아파들이 이란-이라크 시아파의 부상에 자극받아 정치적으로 동요할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전세계 18억 무슬림 중 85~90%나 되는 수니파는 10~15%로 소수파인 시아파를 누르고 이 지역 권력을 장악해 왔다. 유일한 페르시아계 시아파 국가인 이란만이 예외적인 존재였다. 이라크에서 올해 초 총선으로 사상 처음 정권을 잡은 시아파는 최근 이란과 군사협정을 맺는 등 다방면에서 긴밀히 다가서고 있다.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거대한 ‘시아파 초승달지대’가 현실화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대표적인 반미국가인 이란을 견제하려는 서방의 보수파 싱크탱크들이나 아랍의 일부 강경파들이 이 주장을 이용해 이란을 압박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최근 핵프로그램 등을 둘러싼 이란과 서방 국가들의 갈등은 시아파 견제론을 통해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앤서니 코데스먼 선임연구원은 최근 “이란은 미국과 주변국가의 압력에 저항해 더욱 방어적이면서도 적대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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