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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국민투표를 앞두고 유혈사태가 이라크 전역을 휩쓸고 있다. 6일 이라크 힐라에서 주민들이 전날 자살폭탄차량 공격으로 부서진 시아파 사원을 살펴보고 있다. 라마단 예배를 위해 신자들이 모여 있을 때 일어난 이 공격으로 최소 25명이 숨지고 87명이 다쳤다. 힐라/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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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헌법 통과 땐 이라크-이란-레바논 ‘초승달 지대’ 사우디·영·이란 등 유례없는 외교설전 불꽃 서방 보수파 ‘반미 이란’ 압박용 주장 분석도
15일 이라크 헌법 국민투표를 앞두고 ‘시아파 초승달지대’의 등장을 견제하려는 주변 아랍국들과 서방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새 이라크 헌법 통과로 이라크가 연방제 국가로 사실상 분할되면서 남부 유전지대를 장악한 강력한 시아파 ‘국가’가 등장하고, 이란이 이를 발판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이라크이란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세력권이 형성되면서 이 지역의 권력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변 아랍국들을 짓누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인 사우드 알 파이잘 왕자는 최근 “이란이 이라크에 개입하는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으며, 이라크가 분열돼 내전으로 나아가는 심각한 결과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발끈한 바얀 자베르 이라크 내무장관은 3일 “낙타나 타고 다니는 베두인(유목민)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설교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사우디는 먼저 자국 여성들에게 운전을 허용해야 한다. 자국 내 시아파를 2등국민 취급하는 것도 고쳐야 한다”며 사우디를 비난했다. 5일에는 이라크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던 마누셰르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의 사우디 방문이 갑자기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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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8억 무슬림 중 85~90%나 되는 수니파는 10~15%로 소수파인 시아파를 누르고 이 지역 권력을 장악해 왔다. 유일한 페르시아계 시아파 국가인 이란만이 예외적인 존재였다. 이라크에서 올해 초 총선으로 사상 처음 정권을 잡은 시아파는 최근 이란과 군사협정을 맺는 등 다방면에서 긴밀히 다가서고 있다.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거대한 ‘시아파 초승달지대’가 현실화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대표적인 반미국가인 이란을 견제하려는 서방의 보수파 싱크탱크들이나 아랍의 일부 강경파들이 이 주장을 이용해 이란을 압박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최근 핵프로그램 등을 둘러싼 이란과 서방 국가들의 갈등은 시아파 견제론을 통해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앤서니 코데스먼 선임연구원은 최근 “이란은 미국과 주변국가의 압력에 저항해 더욱 방어적이면서도 적대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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