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26 17:05
수정 : 2017.11.2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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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수도 하라레의 의회에서 사임을 거부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하라레/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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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금 55억원에 면책특권 약속 받아
죽으면 아내에게 연금 절반 지급
경호원, 의료보험, 외국 여행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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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수도 하라레의 의회에서 사임을 거부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하라레/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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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37년 만에 권좌에서 내려온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전 대통령이 퇴직금 명목으로 약 1000만달러(108억6500만원)를 받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수도를 접수한 뒤에도 군대는 쿠데타가 아니라고 하고, 무가베는 장군들에 둘러싸여서도 사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던 ‘이상한 쿠데타’의 기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짐바브웨 인디펜던트>와 <가디언>을 보면, 집권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 관계자는 무가베가 지난주 퇴직금과 면책권에 대해 에머슨 음낭가과 신임 대통령의 측근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무가베는 즉시 현금으로 500만달러를 받고, 연간 15만달러에 달했던 봉급을 평생 연금으로 지급받기로 약속 받았다고 한다. 또 세상을 떠나면 아내 그레이스 무가베(52)가 연금의 절반을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경호원과 직원을 배정해주고, 의료보험과 외국 여행을 보장하며, 수도 하라레의 ‘블루 루프’ 저택에 계속 거주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무가베는 자신과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이 이익을 침해당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주장까지 관철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무가베 일가는 농장 여러 곳을 소유하고 있으며, 의붓아들 러셀 고레라자(33)는 수익성이 높은 광산업계에 상당한 지분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인 민주변화동맹의 더글러스 음원조라 사무총장은 “돈이나 다른 것에 관한 거래가 있었다면 이는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가디언>은 “이 합의에 포함될 무가베 부부의 자산 목록을 작성하느라 사임 발표가 연기됐다”며, 무가베 부부가 ‘금빛 악수’를 하고 물러났다고 비꼬았다.
무가베는 장기 집권만이 문제가 아니라 재임 중 이 나라 경제를 심하게 망가뜨린 장본인이다. 800억%라는 믿기 어려운 인플레이션율로 화폐 발행이 중단되기까지 했다. 실업률은 80%가 넘었다. 짐바브웨는 세계에서 평균 수명(60살)이 가장 낮은 국가로 꼽힌다.
그런데도 명품을 좋아하는 그레이스 무가베에겐 ‘구찌 그레이스’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의붓아들 고레라자는 지난 9월 수억원에 달하는 자동차 롤스로이스 2대를 수입해 눈총을 받았고, 큰아들 차퉁가(25)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술집에서 4만5000파운드(6516만원)짜리 시계 위에 200파운드짜리 샴페인을 들이붓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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