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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01 11:27 수정 : 2018.01.01 21:55

12월30일 이란 테헤란대학교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이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테헤란/EAP 연합뉴스

국영TV, 최소 12명 숨지고 수백명 체포 발표
나흘째 20개 이상 도시로 자생적 전파
로하니 “비판 권리 있다” 온건발언하며
텔레그램 이용 차단해 확산은 경계

반체제 인사 오랜 탄압으로 지도자 부재
일부 ‘샤 복귀’ 외침에 합류 꺼리는 이들도
트럼프, 트위터로 연일 ‘이란 시위 지지’

12월30일 이란 테헤란대학교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이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테헤란/EAP 연합뉴스

조직도 없고 일관된 요구도 없이 이란 전역에 번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는 어디로 갈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시민에게 저항과 비판의 자유가 있다”며 온건한 태도를 보였다. 이란 정부는 소셜미디어를 차단해 시위 확산을 경계했다.

12월28일 이란 제2의 도시 마슈하드에서 시작된 시위는 31일까지 나흘째 이란 전역으로 퍼지며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 언론이 통제돼 공식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가운데, 현재까지 최소 12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체포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국영 티브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일부 무장한 시위대가 경찰서와 군기지를 점거하려 했지만 군경이 이를 저지했다고 덧붙였다. 현지 소식통과 소셜미디어 등을 보면 반정부 집회는 테헤란을 비롯해 12곳 이상으로 번졌고, <가디언>은 20곳 이상의 도시로 퍼졌다고 보도했다. 실업과 물가 상승 등 경제 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점화된 시위는 로하니 정부 비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퇴진, 성직자 통치 철폐 등 점차 체제 비판 시위로 확대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31일 텔레비전으로 방송된 내각회의에서 “헌법에 따라 시민들에게는 비판을 표현할 자유와 저항할 자유가 있다”고 발언해 시위를 인정하면서 “(비판은) 폭력과 공공재산을 파괴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폭력은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로하니의 발언 전까지 정부는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물대포, 최루가스 등을 이용해 강경 진압했다. 테헤란에서만 200명이 체포됐다. 당국은 수니파 극단주의자나 외세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뉴욕 타임스>는 로하니의 온건한 발언이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로하니의 시위를 포용하는 듯한 발언과는 달리 이란 정부는 31일 인스타그램 및 텔레그램 이용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며 시위 확산을 경계했다.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의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는 31일 트위터에 “우리가 평화롭게 저항하는 계정들의 차단 요구를 거절하자 이란 당국은 이란인들의 텔레그램 접속을 막았다”고 밝혔다. 이란의 텔레그램 이용자는 인구의 절반인 4천만명에 이른다. 언론이 통제된 상황에서 소셜미디어는 시위 정보를 공유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현재까지 시위는 조직도 파악되지 않았고 요구도 제각각이라 향후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이 어렵다. <비비시>는 시위가 더 커질 잠재력은 있지만 오랜 탄압으로 이미 많은 반정부 지도자들이 망명했거나 침묵하고 있어 지도력이 부재하다고 분석했다. 많은 시위대가 하메네이 퇴진 및 이슬람 공화국 철폐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는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퇴진한 ‘샤’를 복귀시키자고 외쳐, 개혁주의 인사들이 선뜻 시위에 동조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일관된 요구가 없는 이번 시위가 제풀에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담당자인 알리 바에즈는 이번 시위가 “경제적·정치적 정체에 대한 이란인들의 억눌린 좌절감의 폭발”이라면서도 “이것은 혁명도 운동도 아니다. 리더십, 조직, 사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위는 흐지부지되거나 진압될 가능성이 크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다만 오히려 중심 조직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지도자를 체포해 쉽게 시위를 분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란 핵협정을 불인증하는 등 이란 정부를 눈엣가시로 여겨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시위에 대한 지지를 이어갔다. 30일 트위터에 지지글을 올린 데 이어 31일엔 “인권 침해가 시시각각 벌어지는 테러지원국 최고봉인 이란이 이제 인터넷까지 폐쇄해 평화로운 시위 참가자들이 소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좋지 않다!”고 적었다. <시엔엔>(CNN) 방송은 이란이 텔레그램 접속은 막았지만 인터넷을 폐쇄하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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