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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1 14:20 수정 : 2005.12.01 20:32

차례

(1)끝없는 전쟁

(2)식량지원, 밑빠진 독에 물붓기?

(3)발목 잡는 부채. 자원은 많은데 왜 가난할까?

(4)남부 아프리카 휩쓰는 에이즈

(5)곳곳에서 개발 노력 꿈틀꿈틀


신문에 등장하는 아프리카는 늘 괴로운 모습이다. 굶주리거나, 전쟁에 찢기거나, 독재정치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거나, 에이즈가 널리 퍼져 있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아프리카를 정복·지배했던 과거 제국주의 세력의 잔재가, 불공정 무역을 통해 보이지 않는 착취를 하고 있는 강대국들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단편적인 소식 전달만으로는 오늘 그들이 처한 비극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섯차례에 걸쳐 아프리카 사람들의 아픔과 한숨을 짚어 보고, 그 속에서 싹트고 있는 희망의 흔적들을 찾아보려 한다. 편집자

무나(38)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난민캠프를 떠나 숲으로 가 장작과 당나귀 먹일 풀을 구해 올 것인가, 그냥 안전한 캠프에 머물 것인가? 만약 숲으로 들어간다면 그는 무장군인들에게 공격을 당하거나 성폭행을 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냥 캠프에 남아 있으면 다섯 아이들에게 줄 음식을 요리할 수 없고, 물 긷는 데 요긴한 당나귀를 먹여살릴 수가 없다. 국제 인권기구 옥스팸은 3년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수단의 다르푸르 인근에 마련된 와디살리 지역 난민캠프에서 무나와 같은 고민에 빠진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난민 캠프 한 쪽에 쌓여 있는 동물 시체들은 그들이 대부분 어떤 선택을 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이 캠프에는 매일 150여 가족이 찾아 온다.

2003년 2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다르푸르 지역에서는 아프리카계 기독교 반군과 북부 이슬람 민병대간 무력분쟁으로 주민 40만여명이 숨졌다고 미국의 인도주의 지원단체인 아프리카액션이 주장했다. 곳곳에서 대량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들은 더 큰 피해를 입는다. 무장세력들은 서로 상대방 종족을 말살시키겠다며, 남성은 닥치는대로 죽이고 여성은 자기 부족의 아이를 낳으라고 성폭행한다. 다르푸르 사태는 농사를 짓는 아프리카계 주민들과 유목민인 아랍계 주민들의 자원다툼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이 지역 땅 소유권과 가축 방목권을 놓고 다퉈 왔다. 지난해 초 수단 정부가 친아랍계 정책을 고수하자, ‘정의·평화운동’과 ‘수단해방군’ 등 아프리카계 반군단체들이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그러자 악명 높은 잔자위드가 이끄는 아랍계 민병대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이들을 소탕하는 데 나섰다. 양쪽은 서로 대량살육을 벌이고 있다.

보다 못한 국제사회가 지난해 말 개입하고 나섰지만, 소극적 처방은 백약이 무효하다.아프리카연합과 유엔 등이 평화유지군을 보내고 있지만 규모가 적어 오히려 현지 무장세력들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다. 살리 부커 아프리카액션 사무총장은 21일 “이번주 다르푸르에 도착한 장갑차 105대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다르푸르의 대량학살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아프리카연합군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우간다는 20년째 전화에 휩싸여 있다. 200만명이 집을 잃고 떠돌고 있다. 데니스 맥나마라 유엔특별고문은 “정부군과 반군 ‘신의저항군’의 교전이 지난 20년간 계속돼 왔다”며 “국제사회가 전쟁을 끝내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25일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이 전하는 유엔 자료를 보면, 이곳에서 질병과 폭력으로 매주 1천명 이상이 죽어가고 있다. 맥나마라 고문은 “이 전쟁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크지만, 가장 주목을 덜 받은 인권유린 현장”이라고 비난했다.

동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국경지대도 요즘 심상치 않다. 바로 이곳에서 1998~2000년 두 나라의 국경분쟁으로 수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는 이달 초 유엔평화유지군 현지사령관의 말을 따 양쪽이 국경지대 병력을 증강하고 있으며 전쟁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왜 아프리카는 전쟁이 끊이지 않을까? 크게 보면 식민지배와 자원 때문이다. 2차 대전 직후에는 독립전쟁이 대부분이었지만, 독립 이후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아프리카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2천개가 넘는다. 그만큼 많은 부족들이 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아프리카의 독립국가는 53개국에 불과하다.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전의 결과다. 유럽은 자기들이 통치하기 편리한 대로 아프리카에 금을 그었다. 수천년 동안 각 부족들이 설정해 온 영토 경계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한 나라에 여러 부족들이 살거나, 한 부족이 둘 이상의 나라로 나뉘기도 했다. 한 나라에 소속된 종족들은 분리독립이나 권력 쟁탈을 위해 전쟁을 벌였고, 인근 나라에 있는 같은 종족들이 전쟁을 거들고 나서 국가간 전쟁으로 비화됐다.

1994~2002년 콩고 전쟁은 그 대표적 사례다. 콩고 내 권력 쟁탈을 놓고 후투족과 투치족이 일으킨 전쟁은 인근 르완다, 부룬디 등에 나뉘어 살던 종족들까지 가세하며 국제전으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양쪽 부족들간에 끔찍한 ‘인종청소’가 자행됐다.


자원도 전쟁을 부추긴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는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서 “정치-종족 공동체들의 다툼은 더 질 좋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땅과 물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에는 석유나 다이아몬드 등의 자원 확보를 위한 전쟁도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국제부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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