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02 13:58
수정 : 2005.12.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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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과 에이즈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남부 말라위에서 12일 남부 상업도시 블랜타이어에서 남쪽으로 수백㎞ 떨어진 곳에 있는 텡가니 마을 주민들이 세계식량계획에서 나눠 준 배급식량을 머리에 이고 집으로 가고 있다. 텡가니/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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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식량지원, 밑빠진 독에 물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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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1)끝없는 전쟁 (2)식량지원, 밑빠진 독에 물붓기? (3)발목 잡는 부채. 자원은 많은데 왜 가난할까? (4)남부 아프리카 휩쓰는 에이즈 (5)곳곳에서 개발 노력 꿈틀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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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식량정책연구소가 무역, 원조, 농업 정책 등을 토대로 앞으로 20년간 아프리카 식량 사정을 예측한 결과,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 수가 현재 3300만명에서 2025년에 55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식량난은 이제 전혀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아프리카 주민들은 늘 굶주리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배고픔과 함께 살아갈 것처럼 보인다. 국제사회의 원조도 끊이지 않고 있지만, 밑빠진 독처럼 보일 정도다.
올해는 연초부터 구호단체로부터 긴급 식량지원 요청이 쇄도했다. 가뭄과 메뚜기떼 공격 등으로 여느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기 때문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최근 아프리카에서 매일 2만5천명이 굶어죽어가고 있다고 추산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아프리카가 2015년까지 식량 충족을 달성하지 못하는 유일한 대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 원조 끊이지 않지만, 최근도 날마다 25000명 굶어죽어
식량난은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엔은 원조국들이 지원금을 줄이면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수백만명이 심각한 식량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말라위의 식량위기를 경고했다. 올해 말라위의 옥수수 수확량은 125만톤으로, 전체 필요량의 37%에 불과하다. 내년 4월 다시 옥수수를 추수할 때까지 5백만명이 식량원조를 받아야 한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말라위 주민 1200만명 가운데 4분의 3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극빈층이다.
아프리카가 굶주리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사하라 이남 지역의 잦은 가뭄과 남·북부 지역의 홍수 등 열악한 기후 △관개시설이나 농기계 등 생산시설 낙후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높은 인구 증가율 △메뚜기떼의 공격 △전쟁으로 농경지 훼손·난민 발생 △부정부패로 인한 자원 낭비 △에이즈 등을 꼽을 수 있다.
아프리카에 당장 필요한 식량을 지원하는 것 외에,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전도 시급하다. 옥수수박사 김순권 경북대 석좌교수는 “지난해 가뭄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케냐를 방문해 옥수수 농업을 검토해보니, 1년에 비가 60일 내리는 곳에서 90~120일의 강우일수가 필요한 품종을 심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식량지원만이 아니라 농업생산성 높일 수 있는 기술이전 시급
현재 유엔식량계획, 유니세프, 옥스팸, 국경없는의사회, 월드비전 등 다양한 인도주의적 지원 기관들이 아프리카 식량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은 한 번의 소비로 끝날 뿐, 지속가능한 개발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는 “최근 주요 8개국회의에서 참가국들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를 경감해주고, 앞으로 10년간 개발지원금 규모를 250억달러에서 500달러로 두배 늘리기로 하는 등의 조처들은 희망적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때로는 지원 방법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한다. 미국 정부는 최근 아프리카 현지에서 농작물을 사 주민들에게 나눠주겠다며 지원방법을 현물지원에서 현금지원으로 바꾸려 했지만, 일부 자선단체들의 반대에 부닥쳤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정부는 이렇게 하면 농산물매입·운송 비용을 줄여 연간 5만명의 생명을 더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선단체들은 “아프리카 지원 사업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미국의 농부, 농산물을 배에 선적하는 미국인 일꾼, 배를 아프리카까지 운항해 갈 미국 기술자들과 함께 이뤄져 왔는데 이제 와서 이들을 모른 척 할 수는 없다”며 “또 정부가 이를 근거로 전체 지원금액을 삭감하려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겨레> 국제부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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