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06 00:50
수정 : 2005.12.06 01:03
후세인 변호인단 참여 램지 전 미국 법무장관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못하면 이라크를 분열시킬 것이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변호인단에 합류한 램지 클라크 전 미국 법무장관은 5일 바그다드에서 재개된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재판에서 재판의 ‘공정성’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진실과 정의를 보호하기 위해 영웅적으로 참여한 이라크인 변호인단에 대한 신변 보호가 어처구니 없는 수준”이라며 “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공정한 재판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재판은 클라크 전 장관의 변론권을 둘러싼 공방으로 파란을 겪었다고 <에이피통신> 등이 전했다. 재판이 시작된 직후 클라크 전 장관은 특별법정의 위법성을 따지는 문서를 읽게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으나, 리즈가르 모하메드 아민 주심판사는 서면으로 제출하라며 기각했다. 이에 분노한 변호인단이 집단으로 퇴정하자, 아민 판사는 다른 변호인단을 임명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를 지켜보던 후세인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임명하는 변호인은 거부하겠다고 소리쳤다. 그의 이복동생으로 정보기관을 이끌었던 바르잔 이브라힘 알 티크리티도 “이라크 만세”를 외쳐 법정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후세인 전 대통령은 법률에 따라 재판을 진행한다는 아민 판사의 설명에 “미군 점령 아래 세워진 법정이 어떻게 합법적일 수 있느냐”고 되받아쳤다.
재판은 90분 동안 중단됐다. 아민 판사는 결국 클라크 전 장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베트남전 반대 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클라크 전 장관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난하다 최근 후세인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이날 재판에선 1982년 주민 140여명이 학살된 ‘두자일 사건’에 대한 증인 신문이 처음으로 이뤄졌다. 시아파 정당인 다와당 소속 아흐메드 모하메드 하셈 알 두자일은 “친구가 고문을 받다가 내가 보는 앞에서 살해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증언에 앞서 피고인석에 앉은 알 티크리티를 지목하며 “당신이 14살짜리 어린이를 죽였다”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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