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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은 전체 인구 4270만명 가운데 15% 가량인 600만명 이상이 에이즈를 앓고 있다. 성인만 따로 통계를 내면 4명 중 1명이 에이즈에 걸려 있는 셈이다. 지난 1월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장남도 에이즈로 사망했다. 큰며느리도 역시 지난해 에이즈로 사망했다.
이제 에이즈는 아프리카의 또다른 상징물이 돼 버렸다. 유엔에이즈퇴치계획이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500만명이 새로 에이즈에 감염돼 전체 환자는 4천만명으로 늘었고, 이 중 65%인 2580만명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2003년 2490만명보다 90만명이 더 늘었다. 올해 에이즈로 숨진 사람은 240만명이다.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고아는 전세계에서 1300만명인데, 1200만명은 아프리카에 산다. 아프리카 에이즈 환자 가운데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치료를 받는 환자는 2% 미만이다.
최근에는 이 지역에 ‘슈가 대디 증후군’으로 어린 여성들의 에이즈 감염률이 급증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나이든 남성들이 어린 여성들을 감언이설로 유혹해 성관계를 갖고 에이즈를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15~24살의 에이즈 감염률은 같은 나이의 남성보다 4배나 높다.
에이즈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비극이기도 하지만, 사회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가져온다. 20~55살 사이 사람들이 에이즈로 많이 죽는다. 한창 일하고 자녀를 키울 나이다. 세계은행은 아프리카 빈국 24개국에서 에이즈는 해마다 1인당 생산성을 0.5~1.2% 떨어뜨리고 있다고 추산했다. 일부에서는 에이즈 때문에 빈곤인구가 5% 더 늘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짐바브웨 상농업연합회 보고서를 보면 2001년 짐바브웨의 농산물 생산량은 에이즈 때문에 노동력이 줄어 옥수수 61%, 면화 47%, 야채 49%가 각각 줄었다. 남아공에서는 2007~2013년 사이 에이즈 사망자가 8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토대로 유추해 볼 때, 2011년까지 옥수수와 밀 소비가 급격히 줄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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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는 기술인력도 피해가지 않는다. 국가 발전을 이끌어야 할 두뇌집단 손실로 국가 세입이 줄고, 이는 사회적 투자 감소와 안보환경 저해로 이어져 악순환을 낳는다. 에이즈는 개별 가정의 안락한 삶도 파괴한다. 돈을 벌어야 할 가장이 아프면 가족들은 살림살이를 팔아 생계를 이어야 한다. 농업에서도 농사 기술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지 못하고 농민들이 숨진다. 한 연구에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잠비아에서 가족 중 에이즈 환자가 생기면 월 소득의 66~80%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으로는 전체 국민의 기대수명이 일부 국가에서는 20년 가까이 줄고, 2010년까지 고아 수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교육면에서도 교사와 학생들이 죽어가, 교육 제도의 질과 효율성이 감소한다.
아프리카에 에이즈가 이처럼 널리 퍼진 이유는 에이즈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자료를 보면, 넬슨 만델라 재단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살 이상 2만3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절반이 에이즈 환자와 결혼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5.3%는 콘돔 등 안전 장치를 할 경우 에이즈 감염자와 성관계를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성관계도 문제다. 15~24살의 3분의 1은 지난 1년 내에 1명 이상과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남아공 국민 가운데 200만여명은 에이즈 감염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때문에 1990년 남아공에서 성인 에이즈 감염률이 1%에 불과하던 것이 2005년 25%로 급격히 늘었다.
미국 의회 부설 평화연구소(USIP)는 아프리카 에이즈 퇴치를 위해 △빈국들이 에이즈 퇴치 능력을 갖도록 선진국들은 기금 지원을 늘리고 △전쟁 지역에서 여성들이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므로 에이즈와 전쟁을 함께 퇴출해야 하며 △에이즈 퇴출 노력은 국내적 차원과 국제적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고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은 에이즈 예방 기금을 에이즈 예방교육과 캠페인에 우선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겨레> 국제부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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