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무장세력, 내전 가능성 경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아리엘 사론 이스라엘 총리의 병세에 집중되고 있는 사이 무관심 속에 방치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 내전의 가능성의 싹트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군한 이후 하루 아침에 '싸울 대상'을 잃어버린 무장세력들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향해 총부리를 돌리고 있지만 자치정부의 무능과 부패가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가자지구에서 정신과 의사 겸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에야드 사라지는 이스라엘군의 철군과 함께 5년간에 걸친 '인티파다'는 막을 내렸지만 폭력을 불러오는 분열과 갈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무장세력은 유대인 정착촌과 이스라엘군이라는 적이 사라져 버린 후 이제까지의 투쟁에 대한 보상을 기대했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지원 중단이라는 가혹한 현실뿐 기대했던 일자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투쟁을 벌일 때에는 여러 곳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았으며 순교자들의 가족들도 자치당국이나 다른 세력들의 보호 아래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적이 사라진 지금은 무장세력들은 매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곤궁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 헌신에 대한 대가로 일종의 '실직상태'에 빠지게 된 무장세력들이 부정과 부패로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는 자치정부로 총부리를 돌리면서 새로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전언이다. 현재 자치지역 내 노동력의 3분의 2가 실직상태이며 별다른 오락이 없는 사회환경 속에서 정치가 그들의 유일한 관심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급진적인 이슬람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자치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파타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것도 팔레스타인의 장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하마스가 선거를 통해 대중적 지지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반면 파타는 내분과 부정부패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기득권을 유지해온 파타가 비록 오는 25일 총선에서 진다 해도 선뜻 자치정부에 대한 통제력을 내줄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파타가 이스라엘의 위협 등을 내세우면서 오는 25일로 예정된 총선을 연기하려는 의도도 하마스의 부상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의 많은 사람들은 파타의 무장조직인 알-아크사 순교여단과 하마스의 무장조직인 에제딘 알-카삼 여단이 결국 주도권을 놓고 무력충돌을 벌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알-아크사 순교여단의 대변인인 할리드 아부 히랄도 한 순간 적이 사라진 상태에 빠진 무장세력들이 먹을 것조차 부족한 현실의 비참함 속에서 총부리를 자치정부에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우리는 내전을 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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